연대·이대 수시 논술 … 고교 수준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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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8월 22일자 1면.

연세대·이화여대 등 여러 대학이 최근 실시한 논술시험에서 어려운 지문 대신 고교 교과서나 EBS 교재 내용을 인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여대는 7일 치른 인문계 논술시험에서 지문 절반을 고교 교과서에서 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대학생도 이해하기 어려운 영어 논문 등 고교 수준을 넘는 지문을 출제해 논란을 빚었다. 전날 3만 명이 응시한 연세대 논술도 고교 수준에 맞춰 출제됐다.

 지나치게 어려운 논술시험 탓에 수험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본지 지적(8월 20일자 1·4·5면, 21·22일자 1·8면)에 따라 대학들이 출제경향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화여대에 따르면 이번 논술시험에는 세계화·다문화 등과 관련한 지문 6개가 나왔으며 이 중 3개가 교과서에서 인용됐다. 도덕교과서에 실린 ‘관용’ 관련 글과 다문화를 언급한 영어 교과서 지문 등이다. 자유주의 사회 등을 설명한 나머지 3개 지문도 고교 수준에서 충분히 독해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논술에서는 SSCI(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Social Science Citation Index)급 저널에 실린 미국 사회학자의 논문을 영어 원문 그대로 인용했다.

 이화여대 백지연 입학처부처장은“사교육을 통한 별도의 선행지식 없이도 수험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문제를 냈다”며 “고교 교사들이 출제 과정에 참여해 문제를 보고 조언도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가 고전 지문으로 낸 ‘노처녀가’는 EBS 언어영역 교재에 수록된 작품이다. 다른 지문들에는 부석사 무량수전, 돈키호테 등 눈에 익은 소재가 나왔다. 지난해 문제 전체를 대학수학과 연계 출제해 논란이 됐던 수리논술도 함수 최대값 등 고교 수준에서 출제됐다. 연세대는 지난해 논술 때는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등 대학 전공에서나 배울 내용을 물어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했다는 불만을 샀다.

 수험생인 곽윤석(18)군은 “지난해 기출문제는 질문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엔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로만 나왔다”고 말했다. 연세대 박승한 입학처장은 “고교 교과과정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출제했다”고 설명했다. 6일 논술시험을 치른 동국대는 가수 싸이의 성공 사례를 들어 대중문화의 발전 방안을 서술하게 하는 등 수험생들에게 익숙한 소재를 지문으로 제시했다.

 다른 대학들은 대부분 수능(11월 8일) 이후에 수시 논술을 치른다. 이투스청솔 오종운 평가이사는 “다른 대학들도 앞서 논술시험을 치른 대학들처럼 고교 수준 출제 방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윤석만·이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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