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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굴레 'NO' 내가 나를 고용한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6년간 활약한 박찬호 선수는 올시즌이 끝나면 마침내 '프리에이전트(FA) ' 가 된다. 지금의 컨디션과 성적을 유지한다면 그는 어느 팀과 계약하든 올해 연봉인 9백99만달러의 두배 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활약하던 이종범 선수의 경우. 그는 주니치구단 방출 뒤 받아주는 구단이 없어 FA가 됐고, 결국 귀국행을 택했다.


문제는 프리에이전트라는 용어가 더이상 스포츠의 자유계약선수에 한정되지 않으며, 이들의 명암은 바로 우리의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다.

신간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원제 'Free Agent Nation' ) 는 오늘날 미국 노동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3천3백만여명이 단독업자.임시직.초소형사업체(두세명으로 구성된 회사) 와 같은 프리에이전트(독립노동자) 의 삶을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직의 '굴레' 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보호' 도 포기한 이 새로운 인간들이 어떻게 기존의 사회.경제 질서를 흔들어놓고 있는가에 관한 리포트가 이 책이다.

저자는 20세기 후반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 윌리엄 화이트가 제창한 '조직 인간' 이란 개념의 이해가 필수적이었다면, 21세기 노동과 생활방식의 키워드는 '프리에이전트' 라고 말한다.

이들은 '자유.진실성.책임감, 그리고 자기가 정한 조건으로 정의한 성공' 이라는 새로운 노동 신조를 추구하는 독립노동자를 말한다.

또 한 사람의 보스나 제도에 대한 '수직적 충성' 대신 수많은 의뢰인과 소비자, 그리고 가족과 친구에게 '수평적 충성' 을 바치는 인간이기도 하다.

이런 프리에이전트들로 인해 삶의 가치관, 상거래 형태, 공동체의 구축방식, 교육시스템 등이 모두 바뀔 것이라고 저자는 역설한다.

또 그는 프리에이전트의 미래를 정의하고 만들어갈 주역은 여성이라면서, 21세기는 여성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수석 연설문 작성자였던 저자 다니엘 핑크는 '화이트 하우스' 대신 자택 다락방의 '핑크 하우스' 에 사무실을 차리고 스스로 프리에이전트의 삶에 뛰어들었다.

미래서에 해당되는 이 책에서 그는 거대 담론을 제시하려는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4백40쪽의 두툼한 책이 술술 읽힐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더욱이 19개의 장마다 요점정리를 배치했다. 한마디로 프리에이전트다운 재치가 돋보이는 이 책은 "화이트의 『조직인간론』 이후 노동 생활에 관한 최고의 책" 이라는 추천사가 다소 과장스럽게도 느껴지지만 명쾌한 개념과 통계에 기초한 '물건' 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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