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천시, 세금횡령 사건 '물타기' 시도

중앙일보

입력

인천시가 시중은행 수납담당 직원들에 의한 '稅盜'사건의 확산방지를 위해 '물타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 94년 10월 80억원의 '혈세(血稅)'를 전.현직 세무공무원 등 80명에게 고스란히 떼어먹힌 시(市)는 또다시 이번 세금횡령 사건이 터지자, 사건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市)는 28일 때아닌 '세금 유용(流用)론'을 들고 나왔다.

시는 최근 3년치 등록세 84만5천여건 중 80%에 대한 전산대조 작업 결과 4개 시중은행에서 536건, 7억2천여만원이 '유용'됐고, 순수한 '횡령'은 1천200여만원(9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경찰수사에서 밝혀진 대부분의 횡령액수는 단지 은행원의 실수로 '지연입금'된 것에 불과할 뿐 미수납된 금액만을 집계하면, 실제 횡령액은 1천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각 구(區)에서도 '일부 유용한 세금을 횡령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실제 은행원 개인이 착복해 갚지 않은 돈만을 횡령으로 보아야 한다'고 맞장구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찰수사서 드러난 한빛은행 전 수납담당 여직원 박모(31.여.구속)씨 등 5명의 범행 가담자들의 미변제 금액만도 9천만원에 이르고 있어 시가 억지논리를 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시의 주장은 '횡령'이 아닌, '지연이체'란 은행주장과 성격을 같이하는 셈이다.

경찰은 '가로챈 세금을 변제했다하더라도, 변제를 위해 자신의 돈이 아닌 납세자 돈을 빼돌려 갚았다면 횡령의 연속'이라며 '사안을 축소하기 위한 술책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현재 10억여원대에 달하는 횡령액은 단순히 하루 이틀 전산입력을 늦게한 것이 아닌 일주일이상 고의로 수납세금을 입금치 않은 경우에 한정한 금액이라고 밝혔다.

실제 인천지방검찰청도 수납세금의 입금을 단 하루라도 지연시켰다면 업무상 횡령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담당 공무원들과 은행들이 세금횡령 사실을 알고도 변제토록한 뒤 묵인한 조치는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판단, 관련 공무원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7년전 세금도둑 사건으로 수장(首長)까지 잃어야 했던 인천시가 내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우려되는 여론악화를 의식, 사건의 중요성을 희석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인천=연합뉴스) 김명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