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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행동강령 가르치며 30억 챙긴 ‘오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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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달 22일 오피스텔 성매매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증거 물품. [뉴스1]

지난달 22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단속·수사팀이 서울 강남 선릉역의 한 오피스텔을 급습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불법 성매매 영업을 해온 일명 ‘오피(오피스텔 성매매 업소)’ 7개를 적발했다. 또 인근 오피스텔 2곳에서 또 다른 7개의 ‘오피’를 찾아냈다. 경찰은 이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 처벌법 위반)로 우모(34)씨를 구속하고 진모(24)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오피스텔 성매매 조직의 총책 김모(31)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 중이라고 4일 밝혔다. 지난달 적발된 14개 업소 중 13개는 김씨가 직접 관리하거나 지분을 투자한 곳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 강남구 일대 오피스텔 방 24개를 빌리고 성매매 여성을 고용한 뒤 불법 전단지를 보고 찾아온 성매수 남성에게서 1인당 13만원을 받고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다.

김씨는 11개의 오피를 직영하고, 2개의 오피는 50%의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2개도 김씨 밑에서 ‘실장’으로 일하다 독립한 업주들이 차린 곳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우씨 등 실장 10여 명을 둬 경리·광고·알선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김씨는 ‘상황실’을 차려놓고 24개 방의 공실 여부와 집기 비치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감독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65명에 이르는 성매수 남성 고객을 받아 8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이렇게 1년간 30억원의 불법이득을 챙겼다.

 김씨는 오피스텔 성매매 조직을 기업체처럼 관리해 왔다. 성매매 여성들의 신체 사이즈와 성매수 비용, 특이사항 등과 성매수 남성들의 연락처 등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정리했다.

또 ‘일본 야동을 보고 기술을 개발하라’ ‘외모가 별로인 손님도 반갑게 응대하라’ 등 ‘아가씨 행동강령’을 만들어 성매매 여성들을 교육시켰다. 경찰 단속팀이 등장한 방송 프로그램 화면을 캡처한 뒤 실장들에게 단속반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외우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전단 광고와 인터넷 알선 사이트만을 이용해 성매수자를 받았고, 전단 광고도 여러 개의 업소명과 대포폰을 사용하는 수법으로 경찰의 단속을 피했다.

손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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