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2기 하루에 고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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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원자력발전소 2개가 잇따라 고장으로 정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일 오전 8시10분쯤 부산시 기장군의 신고리 1호기 원전(100만㎾ 용량)이 발전을 정지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원자로 출력을 조절하는 제어계통이 고장 나 원자로와 터빈발전기가 자동으로 멈췄다”고 밝혔다. 이어 10시45분엔 전남 영광군의 영광 5호기(100만㎾급)가 멈췄다.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데 필요한 증기를 공급하는 장비에 물을 보내는 펌프가 고장 났다.

 불과 2시간30여 분 만에 원전이 연달아 멈추자 한수원은 현지에 본부장들을 급파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고리엔 이태호 발전본부장이, 영광엔 박현택 안전기술본부장이 내려가 정확한 고장 원인을 파악 중이다. 올 들어 부품 고장으로 원전이 멈춘 건 이날 사례를 포함해 총 7차례다. 원전 정지는 2010년 2건, 2011년 7건이었고 올해는 연말까지 석 달 가까이 남았는데 벌써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수원은 원전 고장을 사전에 막기 위해 매년 ‘예방 정비’를 실시한다. 그러나 영광 5호기의 경우 정비 4개월 만에 멈췄고, 신고리 1호기도 정비 7개월밖에 안 됐지만 가동이 중단되면서 “원전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예방 정비는 부품군을 3개로 나눈 뒤 1년에 한 군데씩 돌아가며 진행하고 있다. 원전 전체를 점검하는 데 3년이 걸리기 때문에 부품 이상 등을 제때 짚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날 원전 정지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단계에서 ‘0등급’에 해당하며 “발전소 안전성 및 방사능 누출 등과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원자로 핵분열을 조절하는 핵심 설비인 제어봉에서 이상이 잦다”며 근본적 원인 규명을 촉구했다. 신고리 1호기의 경우 지난해 가동에 앞선 시험운전 당시 여덟 번의 고장 중 두 번이 제어봉 문제였고, 영광 5호기도 2009년 제어봉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영광 5호기는 지난해 2월 초 발전이 정지돼 원인을 조사하던 중 냉각재 펌프의 모터에서 30㎝짜리 ‘일자 드라이버’가 발견돼 정비 소홀이란 비난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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