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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력이면 얼마나 받을까"

중앙일보

입력

"내 값어치가 얼마나 됩니까. "

최근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김대리처럼 자신의 값어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경력에 맞춰 값어치를 평가해주는 연봉평가 사이트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연봉 평가 사이트는 익명성이라는 온라인의 특성을 활용해 혼자서 고민해 오던 ''몸값'' 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측정할 수 있어 젊은 직장인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예컨대 지난달 초 문을 연 업그레이드유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연봉 기준이나 선호도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회원들 중에는 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면서 직원들의 연봉을 결정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외국계 대기업에서 인사를 담당하는 신모씨는 직원 수백명의 연봉을 관리하기 위해 업그레이드유에 가입했다. 다른 회사의 직원들이 회원들에게서 평가받는 결과를 반영하던 신씨는 자신의 값어치도 궁금해져 평가를 신청했다. 결과는 지금 받고 있는 연봉보다 훨씬 높은 6천1백만원.

자신의 값어치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다양하다. ''IQueen'' 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회원은 결혼 4년째 접어드는 전업주부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기업에서 2년6개월간 무역업무를 담당하다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뒀다. 혼자 돈번다고 큰소리치는 남편에게 자신의 가사노동도 그만큼 가치있다는 걸 보이고 싶어 평가를 요청했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과 육아노동에 대해 회원들이 평가한 결과는 대기업 대졸 초임에 해당되는 1천7백70만원.

이같은 평가 방식은 바로 구인.구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봉평가를 요청한 회원의 구체적인 경력이 마음에 들면 바로 e-메일로 이직을 제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안을 받은 회원은 다른 회원들이 평가한 자신의 연봉과 회사가 제시한 연봉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또한 회원들의 평가는 자동으로 분류돼 산업별.업무별.직급별 연봉 통계로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 일반의 예상과 상당히 다른 결과도 많다. 산업별 연봉통계의 경우 중공업.조선.자동차(2천7백3만원)와 석탄.석유.가스.화학(2천8백72만원)이 정보통신.컴퓨터.인터넷(2천4백26만원)이나 방송.언론(2천2백10만원)보다 훨씬 높았다.

홍성태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연봉 평가 사이트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연봉제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이 갖게 된 불안감과 불만 때문" 이라며 "고용주에 비해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직장인들이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공간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것" 이라고 말했다.

업무 기밀로 간주돼 공개되지 않는 각 회사의 연봉을 알려주는 사이트도 있다.

페이오픈(http://www.payopen.co.kr)은 샐러리맨들의 월급봉투를 까놓고 비교하는 사이트다. 국내 기업 1천여 곳의 고졸.대졸.직급별 초봉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공무원.스포츠 스타.유명인사의 월급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내 월급 랭킹보기'' 로 회사뿐 아니라 직급.연차.지역.성별로 검색이 가능하다. 따라서 같은 업종의 A사는 대졸 남녀 초임 격차가 2백만원인 반면 B사는 1백만원에 불과하다는 등 여러 방식의 비교가 가능하다.

또 상위 1백개 기업의 연봉을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 예정자와 신입사원.대리 2~3년차 회원이 가장 많다.

그러나 페이오픈의 ''내가 만일 사장이라면'' ''잘린 사람 이야기'' 등 게시판에는 월급쟁이 퇴출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일상이 절박하게 녹아있다.

연봉제가 일찌감치 실시된 미국에서도 연봉을 공개하는 사이트는 인기다. 샐러리닷컴(http://www.salary.com)은 거대한 면적만큼이나 연방주별로 연봉체계가 다른 점을 활용한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서는 다른 주로 직장을 옮기려 할 때 ''샐러리 마법사(Salary Wizard)'' 라는 시스템으로 해당 주의 연봉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볼 수 있다. 또 자신이 소속한 업종과 직종.주를 입력하면 능력별 연봉을 도표와 함께 간략한 보고서 형태로 제공해 준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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