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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중국 목에 방울달기

중앙일보

입력

#1. 통상마찰과 관련, 중국은 어떤 때는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만 어떤 때는 모호하다. 전자의 예는 최근 일본을 상대로 한 보복관세다.

중국은 이것이 일본이 앞서 취한 중국 농산물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때문임을 분명히 밝혔다. 자동차 등 3개 품목을 찍은 것도 일본이 파 등 3개 농산물을 제재한 것에 대한 응수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최근 한국산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내 수입 라이신(동물용 사료 첨가제)에 대한 반덤핑조사 착수를 발표할 때는 말을 아꼈다. 이달 초 우리 정부가 '조류 독감바이러스' 검출을 이유로 중국산 닭.오리 수입을 금지한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 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은 나라별로 다른 입장을 취하기보다는 사안별로 대응한다. 지난 4월 한국에 마늘문제를 제기했을 때 중국은 분명했다.

지난해 우리측이 수입키로 약속했던 3만2천t 중 1만t을 아직 수입하지 않았다며 이럴 경우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2. 그럼 중국은 어떤 경우에 분명하고 강하게 나가는가. 그건 밀어붙일 구실이나 허점을 찾았을 때다. 대일 보복관세를 보자. 다른 배경도 있겠으나 일본이 세이프가드를 취할 때와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 조치는 인기가 바닥에 떨어졌던 모리 내각이 7월 참의원 선거의 농촌 표를 의식하고 결정했다는 게 일본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지난 5월 등장한 고이즈미 내각은 지지도가 70%선을 웃돈다. 농촌에 그다지 목을 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고 공세를 취한 것이라는 말이다.

한국에 마늘을 사가지 않으면 휴대폰 수입을 막겠다고 나온 것은 어떤 상황판단에 따른 것이었을까. 그건 대일 보복관세에 비해 훨씬 간단한 수였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계산을 미리 읽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마늘과 휴대폰을 맞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했던 것이다.

느닷없는 라이신 덤핑조사의 배경에 대해서는 미뤄 짐작하고, 가금류 수입금지를 풀라는 우회적인 압력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강조한다. 믿지 못하겠으면 와서 직접 보라고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오지 않는다. 불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3. 문제는 누가 어떻게 '중국'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중국의 보복관세 발표에 일본 정부는 조만간 베이징(北京)에 협상실무단을 보내기로 했다.

중국산 니트류의 덤핑문제를 조사해 달라던 일본 섬유업계는 지난 20일 이 신청을 돌연 철회했다. 일본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한국에 방울달기 역할을 기대하는 이들도 별로 없을 것이다. 역시 중국의 힘 때문이다. 그 힘의 원천은 13억 인구와 7~8%대의 높은 성장률, 그리고 끊임없이 유입되는 외국자본이다.

지난 4월 정찰기 충돌사건으로 체면을 왕창 구긴 미국이 얼마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합의해 준 것에서 결국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신사약정을 지켜야 하는 국제무대로 끌어낸 뒤 여럿이 목소리를 모아서 대응하는 방법 말이다.

동시에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중국에 말발이 먹히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오랜 역사의 공유를 통해 우리는 기질적으로도 중국인과 잘 통한다. 조금만 공을 들이면 다른 나라가 모방할 수 없는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심상복 국제경제팀장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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