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무드에 가려진 복병, 경제 위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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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호 02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에는 우리 모두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예년 같으면 온 가족이 모여 재산 증식, 노후 걱정 등 개인사 얘기를 주로 하겠지만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뜨거워진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각축전이 한가위 화제로 더 많이 거론될 듯싶다. 갈수록 뜨거워질 대선 열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로 인해 우리 앞에 닥친 세계적인 경제위기감이 희석돼서는 안 된다.

과거 대선이 있었던 해를 되돌아보면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기 이전까지는 민주화 열망 속에서도 ‘성장 신화’를 굳게 믿었다. 그래선지 ‘선거 때의 경제 위기감’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시대를 맞이한 이후로는 대선 때마다 경제위기가 닥쳐 온 나라가 마음을 조아리며 투표장에 가야만 했다. 1997년 대선 때는 외환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렸고 2002년에는 신용카드 대란 등 양극화의 덫에 빠졌다. 2007년에는 부동산 값 폭등,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혼란을 겪었다. 올해 대선도 유럽발 재정위기로 촉발된 위기가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의 무제한적인 국채 매입과 미국의 3차 양적 완화(QE3)로 위기 국면이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사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외신을 통해 연일 쏟아지는 스페인·그리스의 격렬한 반(反)긴축 시위 장면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이젠 중국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만지작거릴 정도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국가신용등급이 오르는 가운데 경제주체들이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임기가 4개월가량 남은 이명박 정부는 민생과 직결된 가계부채 급증, 부동산 가격 하락, 일자리 부족 등의 문제에 대해 변변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건 대선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이 온통 복지 확대, 재벌 개혁 등 실체가 불투명한 경제민주화만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경제 위기 대응 방안이나 일자리 확대를 위한 저성장 타개책에는 묵묵부답이다. 오죽하면 전직 경제장관들이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을까. 최근 한국선진화포럼은 남덕우 전 국무총리 등 전직 경제 수장 등과 함께 ‘재원 마련 없는 복지정책 남발은 경제위기를 불러 올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 전직 경제관료와 경제학자, 언론인 100여 명이 참여하는 건전재정포럼도 생겼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잠재성장률의 감소, 복지정책 확대를 방치할 경우 그로 인한 재정부담 때문에 우리도 남미나 유럽 국가들과 같은 경제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추석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 민생과 경제를 꼼꼼히 챙길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민생을 잘 챙기는 정치인에게 표를 찍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선 주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경제를 정치로 풀려 하지 말고 정치를 경제로 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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