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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FOCUS] APEC 정상회의, 러시아 ‘동진정책’의 초석을 놓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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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막을 내린 ‘블라디보스토크 APEC2012’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는 예상 밖의 성과를 거뒀다. 러시아에게 ‘유용한 경제적 대안’으로서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부상, 일본과의 경제 협력 강화, 러시아 측의 금융 및 정치 분야 제안에 대한 중국의 지지 등이 그것이다.

6개월 전 작성된 APEC 최고경영자회의 의제를 보면 비즈니스리더들이 이번 회의에서 실질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러시아는 애초에는 APEC2012를 대외정치적 행사로 여겼다.

그러나 동시다발로 발생한 일련의 사태 이후 APEC을 보는 러시아 시각이 변화했다. 첫째는 EU국가들이 직면한 경제위기 상황때문이다.

둘째는 러시아의 WTO가입, 셋째는 세계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국 및 동남아 국가들이 다중결제통화 시스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2010~2012년 세계 가스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이전 같지 않아졌다. 이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지난 몇 개월 동안 전 세계는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경제 이슈에 대한 정상들 간의 대화의 장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APEC분위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낭보는 개막 전날 유럽에서 전해졌다. EU재정위기 국가들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할 계획이라는 유럽중앙은행의 발표가 그것이다. 그 결과 EU에 비해 매력적 투자지역인 APEC국가들은 국제 금융시장에 새로 유입 될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부상했다.

이번 APEC 회의의 최대 성과는 2015년 말까지 보호관세 인상 중지, 향후 3년 간 관게율을 5% 이하로 적용하는 54개 친환경 제품 목록에 대한 합의다.

APEC 선진 9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의 형태로 미국이 2009년 제안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추가 논의가 이번에 없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TPP에 러시아와 중국이 포함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적년 호놀룰루 APEC 정사회의에서 중국이 TPP 구상에 대한 원칙적 지지를 밝힌 바 있지만 이번 APEC 회의에서 이 이슈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영토분쟁에도 불구하고 대일 관계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 LNG 프로젝트 참여, 양국 기업이 참여하는 철도운송협약 같은 성과가 있었다. 그리고 푸틴 대통령은 조만간 일본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 간 핵심 사안들을 논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일본 투자가 극히 소극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러?일 회담은 꽤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정치분야에서 러시아 측이 기대를 건 것은 미국이었지만, 클린턴 국무장관이 9~10월 미 하원에서 잭슨-베닉 수정안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의미있는 내용은 없었다. 러시아의 ‘동진정책’은 EU 위기 이후의 진행 과정과 맞물리면서 현재 기획 단계에 있다. APEC 회의에서 밀러 가스프롬 사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아태지역 국가들에 대한 가스프롬의 가스 공급량이 수년 내 대 유럽 수출량을 넘어설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폐막 회견에서 러시아 대통령은 EU 측이 러시아에게 동유럽에 대해 값싼 가스를 계속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는 데, 푸틴의 강한 어조에서 러시아 경제가 ‘동쪽으로 유턴’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번 APEC 정상회의 성과는 최근에 발생한 몇 가지 정황이 결합한 결과 가능했다고 보여지며 러시아가 주어진 기회를 장차 실현하는 작업은 APEC 회의의 성공적 개최보다 훨씬 더 까다로운 과제로 남게됐다.

드미트리 부트린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 발간하고 중앙일보가 배포한 ‘러시아FOCUS’에 게재된 기사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또한 Russia포커스 웹사이트(http://russiafocus.c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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