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하면서 속싶은 '공주병' 초등생

중앙일보

입력

'미운 일곱살' 이 '미운 세 살, 못말리는 일곱살' 로 바뀐 지 오래다.

작가 노경실씨가 저학년용으로 내놓은 동화 『열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를 읽다보면 당돌하면서도 일견 속깊은 요즘 아이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된다.

내용은 열살짜리 '공주병 환자' 희진이가 일기 쓰듯 털어놓는 일상의 얘기와 고민들. 자기도 어른들을 다 이해한다는 걸 인정해주지 않는 엄마.아빠 때문에 희진이는 속상하다.

제 딴엔 좋은 뜻으로 한 일이 엉뚱한 결과를 낳아 당황스럽기도 하다. 이 책은 그런 주인공을 통해 아이가 진짜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희진이라는 깜찍한 캐릭터.

아침마다 "빨리 일어나라" 는 잔소리를 결혼할 때까지 한 20년은 들어야 할 거라고 한숨짓는가 하면, 곧 입학하는 동생이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엄마.아빠를 도와 "학교는 놀이동산 같아" 하고 거짓말(?) 을 해놓고는 "누나를 용서해라. 다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라며 넋두리를 늘어놓는 모습이 더없이 앙증맞다.

또 사업 걱정을 하는 엄마.아빠의 얘기를 엿듣고는 동생들을 타이르고, 자기가 지은 시가 예선에 나가지 못하게 된 이유를 말해달라고 당당히 선생님께 묻는 희진이는 분명 '다 큰' 아이다.

잔잔한 수채화를 주로 보여줬던 이상권씨가 아크릴 물감을 이용,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한 삽화들도 '못된 것 같지만 사랑스러운' 희진이의 이미지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