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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읽던 추억의 만화 인터넷서 또 만났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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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년 전 KBS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방영됐던 신문수 화백의 명랑만화 ‘인공지능 로봇찌빠’. “된장.간장 냄새 나는 만화”라고 했던 신 화백의 말처럼 한국 중·장년층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사진 NHN]

1974년 월간지 ‘소년중앙’에 연재가 시작된 신문수 화백의 명랑만화 ‘인공지능 로봇찌빠’. 지금은 부모 세대가 된 30~40대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줬다. 불과 30~40년 전 만화인데도, 지금은 헌책방에서조차 찾아보기가 힘들다.

  추억 속에만 남아 있는 옛 한국만화를 디지털로 복간하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14일 시작한 명작만화 디지타이징(Digitizing) 프로젝트다.

 만화는 다양한 문화장르 중에도 아카이빙(데이터 보존)이 가장 미약한 분야 중 하나다. 1970~80년대 만화 탄압기를 거치면서 많은 만화들이 ‘청소년 유해물’로 분류돼 소각된 데다, 지난 10여 년간 만화방·대여점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등 유통구조가 빠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렵게 찾아낸 과거의 명작을 디지털화해 e-북으로 선보이는 이번 작업은, 단절됐던 한국만화의 맥을 잇는 시도로 평가된다.

 ◆응답하라 ‘고인돌가족’

이두호 화백의 만화 ‘암행어사 허풍대’의 한 장면. [사진 NHN]

네이버가 10월 말까지 e-북으로 복간하는 만화는 총 62작품(단행본 140권)이다. 대부분 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소년지에 연재되거나 단행본으로 출간돼 사랑을 받았으나 지금은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작품들이다.

 14일부터 네이버 북스토어에서 ‘한국만화의 역사 이두호 특별전’이라는 테마 아래 만화가 이두호씨가 78년부터 소년중앙에 연재했던 야구만화 『유령타자』(연재 당시 제목은 ‘바람처럼 번개처럼’)와 86년부터 새소년에 연재했던 『덜거덕덜거덕』등 10편을 서비스하고 있다. 성인만화 대표작가였던 한희작의 『서울 돈키호테』 『발명천재 공수거』 등도 있다. 『철인 캉타우』를 그린 이정문(28일), 『인공지능 로봇찌빠』의 신문수(10월 5일), 『고인돌 왕국』의 박수동(10월 12일), 차성진(10월 19일), 이현세(10월 26일) 작가의 작품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디지털 복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원본 작품을 확보하는 것. 만화콘텐트 전문업체 드림컴어스와 손을 잡고 개인소장가들까지 설득해 숨겨진 작품을 찾아냈다. 디지털로 작업하는 요즘 만화와 달리 예전 작품은 인물의 대사를 작가가 손으로 써넣기도 했고, 칸이 비스듬하게 그어진 것들도 많았다. 네이버는 이런 옛 만화의 묘미를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또 만화가게에서 책을 빌려 읽던 방식에서 착안, e-북 만화를 구입하지 않고 15일간만 빌려서 읽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만화시장도 디지털이 대세

이번 시도는 문화계 전반에 불고 있는 복고열풍을 반영하는 동시에 최근 180도 달라진 한국의 만화시장 구조를 반영한다. 90년대까지 잡지가 만화시장의 플랫폼 역할을 했다면, 요즘에는 모든 것이 웹 중심으로 바뀌었다. 요즘 신인 작가들은 대부분 포털 사이트에 웹툰을 선보이면서 데뷔하고,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은 작품들이 단행본으로 엮여 나온다.

 특히 만화는 단행본보다 짧은 호흡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웹에 적합한 콘텐트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정문 작가는 “수십 년 전 작품이 이렇게 다시 e-북으로 빛을 보게 되니 설렌다. 예전의 추억을 가진 이들과 지금의 인터넷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옛날 만화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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