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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오후 4시. 어느 중학교 앞. 수업으로부터 해방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삼삼오오 집으로 또는 학원으로 향하고 있을 때의 대화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어른들은 이해 못할 만한 단어들을 섞어가며 얘기를 한다. “버카(버스카드)” “쩐다(정말 좋을 때 혹은 정말 싫을 때 나오는 말)” 아이들은 이런 대화에 늘 노출되어 있고 나아가 습관적이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에게 독후감 등 글쓰기는 여간 힘들 일이 아닐 것이다.

글을 쓸 때에는 평소 아이들의 흙냄새 나는 언어가 아닌 깨끗이 씻긴 언어로 순화해서 써야 하니 아이들 본인들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모습 중 또 다른 본인의 모습으로 써야 하는 것이다. 이런 ‘보통’ 아이들과 영어로 에세이를 써보는 시간이나 원어민 선생님과의 수업을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은 영어선생님으로서는 누구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선생님 ‘쩐다’는 영어로 뭐예요? ‘나댄다’는 영어로 뭐예요? 이런 질문에 다시 되묻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 그 단어를 쓰니?” 아이는 상세히 대답을 하고 옆 친구까지 거들면서 설명을 하게 된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단어가 아이들끼리의 언어라 해서 영어까지 아이들끼리의 언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궁금해 하던 그 단어들은 아주 흔한 우리 누구나 알고 있는 형용사 혹은 동사로 평범한 단어가 그들이 찾던 단어가 되어 있다. 뭔가 색다른 영어 단어를 기대한 아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싱겁게 끝나버린 영어 단어를 적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은 그런 유행어가 영어로는 무엇일까를 궁금해 하는 과정 속에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리 어려운 한자 성어라도 영어로 하면 오히려 이해가 쉽고 단순해지는 것을 정말 많이 봐 왔다. 내가 좋아하는 한자 중에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즉시 망하고 사색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즉시 위태로워진다 - 라는 말이 있다. 이것을 영어로 옮길 때 글자 그대로 한다면 If 구문으로 단어 하나하나를 영어-한국어 순으로 번역한다면 굉장히 길고 또 그 의미가 약간 어색해질 수 있을 텐데 이 한자의 의미를 생각하고 정리 해 보면 “Learning and thinking have to go together” 이 간단한 말로도 이해가 충분히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말과 영어가 ‘사람이 쓰는 언어’라는 점을 빼고는 구조나 언어의 성격자체가 다르기에 많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영어 배우기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이기는 정말 쉽지 않다. “이것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을 할까?”, “저것은 영어로 어떻게 써야지 올바를까?” 에 대한 생각에는 고맙게도 많은 책들과 사전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인간의 생각과 미묘한 언어의 차이를 사전적인 표현으로만 썼다가는 읽는 사람을 갸우뚱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가 필요한 영어단어, 내용, 의미를 정확히 표현을 하려거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자. 쉽고 간결한 표현이 오히려 상대방의 머리를 끄덕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간결하고 정확한 표현을 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있어야하며 문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력이 필요하다.

영어로 멋지고 자유로운 표현을 하기위해서 어휘 공부에 힘써 보는 것은 어떨까.

<박정현 dyb최선어학원 수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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