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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종의 여자 메타우먼'

중앙일보

입력

건축가 김진애(48.서울포럼 대표) 는 서울대 공대 재학시절부터 별났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공대에 여학생이 불과 몇명에 불과해서 여학생 화장실이 따로 있지도 않았던 시절.

그때 김진애는 '일' 을 볼라치면 떡 하니 남학생 화장실을 찾았다.

그렇다면 학생시절부터 타고난 터프 걸이었던 셈인데, 미 MIT대 학위를 가진 그는 국내의 유명 커리어 우먼이니 목청도 걸걸하다.

신간은 국내 여성계의 대표적 인물인 그가 펴낸 페미니즘 전략서. 한마디로 "다가오고 있는 여성의 세기에 종래 여성상과 결별한 새로운 컨셉트의 여성이 요구된다. 그 이름이 슈퍼우먼.메타우먼이다" 는 선언이다.

다소 산만한 점은 없지 않지만 짧은 문장들로 구성된 그의 글에서는 앞뒤 눈치보지 않는 자신있는 이 시대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단 몇해 전 방송인 전여옥이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돼라" 고 외쳤던 전투적인 쉰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메타우먼이 되기 위한 전략적 고려와 판단을 모색하는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인다.

즉 이제는 전의(戰意) 만으론 안된다는 것이고, 따라서 여성적 특장(特長) 까지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식이다.

저자의 구호를 빌리면 '남자보다 더 남자같이, 여자보다 더 여자같이' 다. 이를테면 자기 딸들을 위한 권면에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딸님들아 혼자 있는 게 두렵니? 혹시 너무 약해 보일까봐 걱정이고, 너무 '세게' 보일까봐 걱정이니? 혹시 사랑을 못해볼까봐, 아니면 사랑에 빠질까봐 걱정이니? 너의 자존심을 방어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사랑을 피하지는 말렴. 남자를 때론 안아주어 보렴. " (제9장)

즉 여성으로 산다는 일의 어려움을 충분히 감지하면서도 그것을 '여성으로 산다는 좋은 점' 으로 뒤집기하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사회통념상 여성이 사회경력을 쌓기 어렵다고 하지만, 그것을 '견제를 덜 받으니 출세에 용이할 수 있다' 는 식으로 판단하자는 제안이다.

저자는 여성이 참정권을 얻은 것은 채 한 세기가 안되며, 이 기간에 놀라운 사회적 권익확장을 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따라서 "여성은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에 자리잡았다" 는 평가를 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메타우먼들의 다양한 각개약진을 권유하고 있다.

예상되는 주력 독자층은 20대 전후 젊은 여성들이지만, 남성들도 변화하는 여성의 마음을 읽기 위해 도움이 될 것 같다.

김진애는 건축서 외에 『남자, 당신은 흥미롭다』 『여자, 우리는 쿨하다』 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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