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포배양 방식 백신, 1억 명분 생산 내년부터 신종플루 걱정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한반도에 신종플루가 다시 들이닥쳐도 백신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겁니다.”

 SK케미칼 박만훈(57·전무·사진) 바이오실장은 최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의 자신감 있는 말 이면에는 SK케미칼이 오는 12월 경북 안동에 완공하는 인플루엔자 백신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공식 이후 2000억원을 들여 1년6개월 만에 완공하는 이 공장이 갖는 의미는 우리의 방역 시스템상에서 남다르다.

 우선 국내 최초로 세포배양 방식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현존하는 국내 최대의 인플루엔자 백신 공장인 녹십자의 전남 화순 공장은 닭의 유정란을 이용해 백신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방식인 데 비해 SK케미칼의 안동 공장은 유정란 대신 동물세포를 배양해 백신을 만들어낸다. SK케미칼은 개의 신장세포를 변형시킨 세포주를 자체 개발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산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박 실장은 “안동 공장이 완공돼 내년부터 백신을 본격 생산하면 전 세계에서 미국의 노바티스 공장에 이어 두 번째 세포배양 백신 공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의 생산량도 넉넉한 편이다. 안동 공장을 100% 가동할 경우 1억 명에게 주사할 수 있는 양이 나온다. 녹십자 화순 공장의 경우 한 번에 2000만 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2009년 신종플루에 의한 ‘팬더믹(Pandemic, 대유행)’ 당시 우리 정부는 부족한 신종플루 백신을 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다국적 제약사를 다니며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게다가 유정란 백신은 충분한 수의 유정란을 확보하기 위해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데 비해 세포배양 백신은 곧바로 배양을 개시해 생산할 수 있다. 결국 유정란에 비해 6개월 빨리 백신을 만들 수 있어 신종플루와 같은 대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 실장은 “특히 유정란에 들어 있는 알부민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도 세포배양 백신은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1980년대 녹십자 목암생명공학연구소에서 B형 간염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주도했던 인물. 2007년부터 SK케미칼로 자리를 옮겨 바이오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인플루엔자 백신의 임상시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도 오산 공장에서 세포배양 방식으로 만든 백신 시료를 임상시험에 사용 중이다. 안동 공장에서 나오는 시료는 내년 3월 대규모 임상에 투입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