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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수주 5000억 달러 시대 … 국내선 신성장동력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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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토목·건축과 같은 전통적인 분야는 물론 대규모 플랜트, 고급건축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은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 신축한 W호텔. 공사 규모가 1500억원이 넘는 고급 건축물이다.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에다 유럽발 경제불안까지 겹치면서 건설산업 전망이 온통 어둡기만 하다. 내수시장은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로 세계 건설시장 역시 위태롭다. 그러나 국내 건설업체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발 금융위기 속에서도 국내 건설업체는 올해 해외시장 진출 47년 만에 수주 금액 5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내수시장에서는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난을 극복하는 견인차, 해외건설

지난 6월 국내 건설업체는 마침내 해외건설 수주 5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1965년 태국의 고속도로 공사로 시작된 해외건설이 해외진출 47년 만에 이룬 쾌거다. 중동·아프리카 등 어떤 오지도 가리지 않고 활로를 개척해 온 국내 건설업체 특유의 뚝심과 탄탄한 기술력이 밑바탕으로 작용한 결과다.

해외건설은 한국의 경제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경제난을 극복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제2차 석유파동을 겪었던 1981~84년에는 86억 달러의 외화가득액을 통해 당시 238억 달러의 원유수입대금의 36%를 흡수했다.

1992~1997년 상반기까지는 53억 달러의 외화벌이로 같은 기간 무역수지 적자액 9.9%를 보존했다. 해외건설은 최근 4년간 단일 수출 품목으로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수출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는 단일 수주 품목으로는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자동차·조선 수출액을 넘어서고 있다. 이 같은 추세로 가면 해외수주 5000억 달러 달성은 47년이 걸렸지만 1조 달러 달성 시기는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건설업체마다 새로운 성장동력 선점을 위해 앞다퉈 해외시장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해외건설 누적 수주 1조 달러 돌파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건설협회 박상규 부회장은 “2015년부터 연간 1000억 달러 수주가 가능해지면 1조 달러 누적 수주는 2020년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 다각화, 틈새시장 공략

내수시장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아파트 사업 편중에서 벗어나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다양한 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실제로 대우건설의 경우 2009~2010년 오피스텔 788실을 공급하는데 그쳤지만 지난해 전체 주택부분 공급량의 32%가 오피스텔(6816실)이었다.

올해도 9000여 실을 분양할 계획이다. GS건설·우미건설·한라건설·현대건설 등도 잇따라 소형주택 브랜드를 내놓으며 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 공급에 나섰다. 발전사업·수처리 분야와 같은 새로운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고 있다.

민자발전이란 건설사를 비롯한 민간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발전소를 지은 뒤 20~30여 년간 소유·운영하면서 전력을 판매, 투자비를 회수하는 사업을 말한다. 특히 지난해 9월 대규모 정전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민자발전 사업에 대해 각종 인·허가를 풀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대림산업·삼성물산 등 대형건설업체는 물론 한양·STX건설 등 중견건설업체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한라건설은 최근 댐·호수분야에서 환경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댐·호수·저수지 생태복원 관련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풍력발전팀을 신설하고 해상풍력 분야 진출을 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7월 헬스케어팀을 신설하고 베트남·중국 등으로 의료시설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주택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토목·주택과 같은 전통 시장을 고집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분야, 새로운 상품에 적극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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