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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정치권 혁신과 국민 동의가 단일화 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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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원들도 관심은 온통 안철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철수 원장의 대선 출마 기자회견 방송을 보고 있다. [뉴시스]

19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대선 출마의 변(辯)을 연설과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 형식으로 내놨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 정치인으로서의 목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조건, 향후 일정, 라이벌에 대한 평가 등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발언 시간도 사안별로 비교적 균형 있게 배분했다.

 ①야권 후보 단일화

두 가지 원칙을 조건으로 걸었다. “첫째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이 있어야 하고, 둘째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어 “두 가지 조건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에선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 “시한을 못 박을 것도 아니고 방법을 논하는 것도 이르다”고 거리를 뒀다. 단일화와 관련한 질문이 네 차례 나왔지만 답변은 똑같았다.

 안 원장 측은 출마선언 전부터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 틀 속에 묶이는 것을 경계했었다.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건을 걸었다는 건 단일화 가능성을 닫아두진 않겠다는 얘기다. 지지율 추세를 봐가며 단일화를 하더라도 명분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일 수 있다.

 ②“분열과 증오 극복”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 안 원장은 “문제 해결의 키(key)를 쥐고 있는 국회가 지금처럼 가다가는 절대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분열과 증오의 정치극복’을 정치혁신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는 “나부터 선거과정에서 정치쇄신을 약속하겠다. 선거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유혹이 있더라도 흑색선전과 같은 낡은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것은 위선”이라며 통합의 정치를 주장했다.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도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악의적인 흑색선전은 정치권 최악의 구태다. 이번 기회에 나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증명해줄 것을 청한다”면서 “민간인 사찰의 경우엔 국정조사를 통해 발본색원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민간인 사찰이 자신에 대한 여권의 네거티브 검증 공세를 염두에 둔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의미의 발언인지는 따로 구별하지 않았다. 대신 “정당한 검증에 대해선 성실히 답할 생각”이라고 했다.

 ③직업 정치인 선언

그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직업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도중에 그만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여기서 정치인으로 거듭나기로 한 이상 열심히 이 분야에서 일해서 조금이라도 나라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겠다”고 했다. 연말 이후에도 계속 ‘직업 정치인’으로 활동하겠다는 얘기다.

 ‘당적(黨籍)’ 보유 가능성도 내비쳤다. 안 원장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정치의 중요성은 책(『안철수의 생각』)에서 언급했듯이 중요한 것”이라면서도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교수직과 재산 환원 의사도 밝혔다. 안 원장은 “지금 이 시간부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직, 안랩(옛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직도 사임할 생각”이라며 “대통령이 된다면 제가 가진 나머지 안랩 지분 절반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안철수재단’을 세우면서 안랩 지분 372만 주(37.1%) 중 절반인 186만 주를 재단에 출연하겠다고 선언했었다.

 ④박근혜·문재인 평가

안 원장은 “(새누리당 박근혜·민주당 문재인 후보) 양쪽 다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선을 통해 국민의 선택을 받은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박 후보에 대해선 “역사인식을 놓고 여러 가지 말이 있는 걸로 아는데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힘든 인간적인 고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는 본인이 가진 정확한 생각을 밝히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박 후보에 대한 야권의 공세와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해선 “권위주의를 타파한 건 공”이라면서도 “재벌의 경제집중, 빈부격차 심화를 가져온 건 굉장히 큰 과”라고 지적했다.

 ⑤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

그는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 국정운영 능력, 위기관리 능력, 리더십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안 원장은 “지금 현재 여러 위기라든지 국내에서 풀리지 않는 많은 문제가 있는데, 그 문제들의 공통점은 한 분야의 전문가, 한 정부 부처, 한 사람의 결정만으론 풀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라며 “이럴 때 필요한 게 일종의 융합적인 사고”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마인드와 수평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정치 경험이 없다는 데 대해선 “과연 정치 경험이 많은 것이 꼭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다양한 현장, IT, 의학, 교육현장에 이르기까지의 경험들이 플러스가 되면 되지 마이너스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 경험뿐 아니라 조직도 세력도 없지만 그만큼 빚진 것도 없다. 빚진 게 없는 대신 공직을 전리품으로 배분하는 일만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안 원장은 경제민주화와 성장에 대한 질문엔 “그 둘은 자전거의 바퀴 두 개와 같다”며 균형론을 제시했다. 그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근본주의적 접근으로는 바꿀 수 없다. 지금 현재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점진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병건·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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