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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중형’ 태풍 산바, 오늘 오전 여수 상륙 … 내륙 관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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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걷기 힘든 오키나와 태풍 ‘산바’가 일본 오키나와 지역을 강타한 16일 나하 시내에서 시민들이 강풍 속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강풍과 폭우를 앞세운 제16호 태풍 ‘산바(SANBA)’가 17일 낮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위력이 비슷했던 15호 태풍 볼라벤이 서해를 따라 북상한 뒤 북한지역을 거쳐 만주에서 소멸했던 것과 달리 산바는 중부지방을 관통할 전망이어서 많은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은 16일 “태풍 산바가 17일 오전 6시 제주 서귀포 동쪽 해상을 지난 뒤 이날 오전 11시쯤 여수 부근 남해안에 상륙할 것 같다”며 “내륙을 관통한 뒤 오후 8시쯤 속초 부근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겠다”고 예보했다. 태풍은 17일 오후 6시쯤 서울 남동쪽 200㎞ 부근을 지날 것으로 보여 중부지방은 이날 저녁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산바가 남해안에 상륙할 무렵에도 중심기압이 965hPa(헥토파스칼), 중심 최대풍속은 초속 40m(시속 144㎞)의 ‘강한 중형’ 태풍의 세력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초속 40m면 사람은 물론 커다란 바위까지도 날아갈 수 있다.

 특히 제주도·남해안·지리산 부근에는 초속 50m 안팎의 강풍과 함께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져 18일까지 총 300㎜(한라산은 500㎜ 이상)가 넘는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남해상에는 최고 12m 높이의 파도가 일겠다. 기상청 유희동 예보정책과장은 “지난달 말 서해안을 지나간 태풍 ‘볼라벤’과 비교할 때 현재는 위력이 비슷하지만 바닷물 온도가 3도 정도 떨어진 상태여서 세력이 다소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산바가 상륙 후 9시간가량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볼라벤보다 훨씬 많은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대 풍속 초속 51.8m를 기록하는 등 강풍으로는 역대 5위에 해당했던 볼라벤은 제주·전남에 큰 피해를 냈으나 서해상을 따라 북상한 덕에 중부지방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2002년 8월 31일 전남 고흥반도에 상륙한 태풍 ‘루사’는 24시간에 걸쳐 내륙을 관통하면서 많은 비를 쏟았고 246명의 인명피해와 5조1479억원의 재산피해를 낸 바 있다.

 일본 기상청은 이날 산바가 남해안에 상륙할 무렵 중심기압이 태풍 매미와 비슷한 950hPa로 예보하는 등 태풍 위력이 예상보다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 과장은 “일본 기상청은 해수온도가 떨어진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매미급 태풍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16일 오전 산바가 지나간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초속 50m가 넘는 강풍이 불었고 6만여 가구에서 정전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와 각 시·도는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갔다. 제주·전남은 17일 전 학교가, 대구·광주·울산·경북은 유·초등학교가 휴업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17일 오후 2시 이전에 가급적 학생들을 하교시키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병무청은 17일 입소 예정인 전국의 예비군 동원훈련을 모두 취소했다. 태풍경보가 내려진 제주에선 이날 오후 태풍 영향으로 항공기 70여 편(출발 37편, 도착 39편)이 결항했다.

◆태풍 피해 줄이려면

바람이 특히 강하게 부는 지역의 아파트 등 고층건물은 유리창 파손 방지를 위해 젖은 신문지나 테이프·비닐랩 등을 유리에 붙이면 좋다. 바람에 날아가거나 떨어질 위험이 있는 지붕·간판·창문·출입문·자전거 등은 단단히 고정하는 게 필요하다. 도로에서는 감전 위험이 있는 전신주·가로등·신호등을 손으로 만지거나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하천이나 저지대에 세워둔 차량은 안전지대로 옮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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