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알뜰주유소 1호점 문 닫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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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알뜰주유소 1호점인 금천구 시흥동의 형제주유소가 12일 문을 닫았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지 6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서울시내 알뜰주유소 1호점인 ‘형제주유소’가 지난달 말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금천구 시흥동에 위치한 이 주유소는 올 2월 문을 열었으나, 6개월여 만에 영업을 중지했다.

12일 만난 김재형(51) 사장은 “함께 주유소를 운영하던 처남이 주유소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며 버텨보려고 했지만 장사가 잘 안 돼 자금 압박이 심했다”고 말했다. 형제주유소의 주채권자인 농협 등은 현재 주유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올 들어 “석유공사를 통해 기름을 공급해 인근보다 보통 휘발유값이 L당 70~100원가량 싼 주유소를 만들겠다”며 알뜰주유소 정책을 추진해왔다. 현재 전국에는 721개의 알뜰주유소가 있다. 서울 시내에는 9개(형제주유소 포함)가 들어섰다.

하지만 알뜰주유소의 가격 경쟁력을 놓고 논란은 이어졌다. 정부 주장과 달리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싸지 않다는 것이었다. 형제주유소의 경우 알뜰주유소로 출발했을 당시 휘발유 값은 L당 1949원(2월 14일 기준)으로 금천구 내 주유소의 평균 가격보다 68.05원 쌌다. 하지만 이 격차는 갈수록 좁혀졌다. 올 7월 31일 형제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L당 1929원으로, 주유소 반경 3㎞ 내 더 싼 곳이 16곳이나 됐다. 김 사장은 “대리점에서 제시하는 가격이 석유공사보다 L당 40~50원씩 더 쌀 때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정유사 브랜드 주유소가 L당 최대 50~100원에 달하는 적립ㆍ할인 카드 혜택을 주면서 가격 경쟁력은 더 떨어졌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형제주유소가 문을 닫은 것은 개별 주유소의 자금 사정 탓이고, 서울지역의 다른 알뜰주유소는 주변에 비해 L당 100원가량 싼 가격으로 기름을 팔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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