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한나라 지지자 막말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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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주안 정치부 기자

'쥐새끼만한 ○이 설치는 꼬라지(꼬락서니)' '○○○에게 덤벼드는 꼴통 정치인' '뒈지거라. 꼴도 보기 싫다'.

요 며칠 사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팬클럽과 한나라당의 소장파 의원인 남경필.원희룡.정병국(일명 '남.원.정') 의원의 홈페이지에 오른 글들의 일부다.'남.원.정' 등 소장파가 잇따라 현 박 대표 체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자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원들이 소장파에게 강력한 비난을 쏟아내면서 이들과 관련된 사이트들이 비방글로 채워졌다. 여기에 남.원.정 지지세력이 싸움에 가세하면서 표현은 점점 과격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박 대표와 소장파의 논쟁은 나무랄 이유가 없다. 제1야당의 진로를 치열하게 고민하며 찾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박수를 받을 일이다.

박 대표가 일부 소장파를 겨냥해 "(4.30)선거 때 당원들은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니는데, 인터넷 게임이나 하고 한나라당에 악영향 미칠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가 있다"(조선일보 인터뷰)고 일침을 놓자 남경필.원희룡 의원이 선거 당시 '박 대표 모르게' 활약한 내용을 보도자료에 담아 반박한 것까지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들이 이러는 사이 한나라당 관련 사이트가 인신공격성 비난과 욕설로 채워지는 것을 누구도 관여하려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도 성향인 한 의원의 말처럼 "어차피 양측이 서로의 지명도를 높이려고 즐기는 게임"이라고 치부하기엔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많은 약속을 해왔다. 한나라당 홈페이지에는 "진정한 통합과 화해는 상생의 정치에서 출발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박 대표의 약속이 떠 있다. 물론 여당과의 상생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보이는 모습은 당 내부의 상생조차 이뤄내지 못하는 모양새라 안타깝다.

강주안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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