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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 못 갚으면 정부서 95% 갚아줘 … 은행들은 “그래도 손해”라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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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서민금융은 매우 중요한데도 요즘 그리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지 않아요. 은행이나 새마을금고·저축은행같이 서민금융을 내줘야 할 금융회사가 서민금융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서민금융인 햇살론만 해도 2010년 7월 시작된 뒤 그해 연말까지 1조3859억원이나 대출을 해 줬지만 지난해엔 4835억원, 올해 상반기까진 1826억원을 빌려 주는 데 그쳤습니다.

 정부가 보증을 서 주는데도 금융회사는 왜 서민에게 돈 빌려 주기를 꺼리는 걸까요. 정부가 받지 못한 돈을 전부 대신 갚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햇살론의 경우 올 상반기까지는 떼인 돈의 85%만을 정부가 대신 갚아 줬습니다. 1만원을 떼였다면 1500원은 금융회사가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거죠. 정부는 최근 이 보증비율을 95%로 올렸습니다. “돈을 1만원 떼이더라도 9500원은 우리가 갚아 줄 테니 더 많은 서민에게 돈을 빌려 줘라”는 뜻입니다.

 정부는 또 서민금융을 열심히 하는 은행과 그러지 않는 은행을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은행을 압박하기도 해요. 7월에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서민금융 지원활동 평가 결과를 살짝 볼까요. 국민은행·기업은행·부산은행이 가장 서민금융 지원을 많이 했고 스탠다드차타드은행·씨티은행·외환은행이 가장 적게 했네요. 이렇게 지원 실적을 대놓고 발표하면 은행이 국민 여론을 의식해 더 지원을 늘릴 거라고 판단하는 거죠.

 한편에선 이렇게 정부가 무작정 돈을 빌려 주라고 부추기는 건 문제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어요. 빌려 가는 사람은 ‘정부가 대주는 돈이니까’ 하며 돈을 안 갚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고, 빌려 주는 금융회사도 ‘우리가 손해 보는 건 아니니까’ 하며 아무한테나 돈을 빌려 줄 수 있다는 거지요. 자기 돈이 아니라고 아무렇게나 써 버리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Moral Hazard) 현상이 올 수 있다는 겁니다. 한때 정부가 햇살론에 대해 100% 보증을 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다가 최근 신중해진 것도 이런 반대 여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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