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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수줍음을 간직한 허영란

중앙일보

입력

▶drama

지난 28일 첫 방영된 MBC 주말드라마 「그 여자네 집」(극본 김정수·연출 박종)의 촬영장에 모습을 보인 허영란이 분주하다.

SBS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끝으로 6개월여 만에 받아보는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이 되어서일까. ‘큐 사인’이 떨어지자 약간은 긴장한 듯한 표정이다. 허영란의 이런 모습에는 이유가 있다. 정통 드라마 출연이 1년 6개월 만이니 떨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

조그맣고 동그란 얼굴, 예쁜 눈망울에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뒤섞여 반짝이고 있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그녀가 맡은 배역 ‘태희’는 태주(차인표)의 동생. 요즘 젊은 여자들의 성향과는 거리가 먼 백치미 아가씨. 좀 모자란 듯 보이지만, 똑똑한 사람이 보지 못하는 하늘의 별도 보고, 꿈도 잃지 않는 순수한 여자가 바로 태희다. 극의 숨통을 터주는 인물이랄까. 작가와 연출자는 이런 심성을 소화해낼 만한 배우로 망설임 없이 허영란을 지목했고, 허영란은 이제까지 「순풍산부인과」에서의 당차고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성숙한 여자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Who Am I?

스물한 살 허영란. 그녀가 처음 연예계에 발을 디딘 것은 지난 96년 MBC 청소년 드라마 「나」에 데뷔하면서였다. 「나」에서 허영란은 공주병이 심각한 중학생 연기를 깜찍하게 잘 소화해내 눈길을 끌었다.

그 이후 「청춘의 덫」 「카이스트」 등 다수의 드라마에서 그녀는 주연 못지않은 개성 있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때그때 감쪽같이 다양한 캐릭터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 진짜 그녀의 모습은 어떤 캐릭터에 가까울까 짐작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녀가 말하는 허영란은 어떤 사람일까? ‘독한 면도 있고, 자존심도 세고, 가식적인 거 싫어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겐 너무 잘하고, 아닌 사람한텐 너무 차갑고…’. 그녀가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이렇듯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을 지니고, 또 그 점에 있어서 너무도 솔직하기 때문이 아닐까.

얘기하고픈 무언가를 눈동자에 가득 담은 모습으로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을 땐 자기만의 세계에 고집스럽게 들어앉아 있는 아이 같은 허영란. 하지만 이제 그녀는 어리기만 한 소녀 같은 모습은 싫다고 말한다. 자신의 의미를 아는 성숙한 여자이고 싶은 허영란의 해맑은 미소에서 벌써 성숙한 여자의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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