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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권력이 중심 잡아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산업현장의 기류가 심상찮다. 효성 울산공장과 여천NCC 등에서는 이미 파업이 진행 중이며 아시아나.대한항공과 호텔리베라 노조 등도 오는 12일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구조조정 중단.정리해고 철폐와 주5일 근무 등 노동관련법의 국회통과를 관철시키기 위해 6월을 총력투쟁 기간으로 잡고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총.전경련 등 재계도 정부에 대해 불법행위에 엄하게 대처해 줄 것을 요구하는 등 정면대응에 나서고 있어 '여름 노사갈등' 이 본격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근로자들의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을 위해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조건을 제시하거나 세(勢)를 과시하는 것은 노조의 정당한 권리다.

또 경영진의 실책으로 묵묵히 일한 보람도 없이 월급이 깎이고 직장을 떠나야 하는 근로자들의 분통터지는 심정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불법행위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특히 효성의 경우처럼 정당한 쟁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어거지로 밀어붙여 공장가동을 멈추게 하고 관련산업에까지 타격을 주는 행위는 공권력으로 막아야 한다.

또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구조조정 등 경영권 차원의 문제를 빌미삼아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임을 근로자들은 알아야 한다.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인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이 막 시작된 상황에서 '대우차 매각반대 결사대' 를 GM 본사에 보내는 일부 근로자들의 행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이해할 수 없다. 올 들어 외국인 투자가 급감한 데는 한국의 노동시장에 대한 해외의 불안과 의혹도 한몫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과격한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공권력이 불법.탈법 행위까지 묵인해서는 안된다. 물론 대우차 시위 진압 때와 같은 과잉행동이 재연돼서는 결코 안된다.

그러나 산업현장의 폭력사태나 불법행위까지 외면하는 것은 법질서 확립이란 기본적 공권력 행사마저 포기하는 것으로 잘못된 일이다.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도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을 부추겨 공장이 문을 닫거나 이로 인해 경제회복이 지연된다면 그에 대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사용자 역시 근로자들의 적극적 협조를 얻기 위한 노력없이 손쉽게 공권력에만 의존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우리가 처한 여건은 아직 무척 어렵다. 수출은 줄고 미국경기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노.사.정이 힘을 합쳐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해도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려운 형편에 서로 반목하고 갈등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단절돼야 하며, 이를 위한 근로자.사용자.정부의 자발적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아울러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공권력이 법에 따라 공정하고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우선 사용자들의 도덕적 해이, 그리고 불법.편법으로 종업원이나 소비자를 울리는 행위는 엄단해야 한다.

또 근로자측의 불법행위도 엄하게 대처해 노든 사든 룰을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확신을 갖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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