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비즈칼럼

엔지니어링 산업 ‘넛크래커’ 위기 벗으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이종세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엔지니어링’이란 주어진 기술 과제에 대해 원하는 기능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공학 시스템을 설계·개발·구축·운영하는 경제활동을 총칭한다.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해법을 목표로 이미 검증된 기술을 활용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식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종합적으로 결집하는 지식 집약 산업인 것이다.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의 연간 매출은 대략 4900억 달러(약 560조원)로 추산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생산하는 광범위한 산업 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기반 시설의 건설과 관리에 공헌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 규모 역시 2010년 매출액 기준으로 8조원에 이른다.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는 약 4000개로 중소기업이 95%를 차지하며, 종사자가 20만 명으로 이 중 기술인력이 7만 명에 달한다.

 이러한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산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국내외의 도전적 환경으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경쟁은 심해지고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많은 엔지니어링 중소기업은 도산의 문턱으로 내몰리고 젊은 기술자들은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엔지니어링이 갈 길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밖에 없어 보인다.

 해외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링 경쟁력은 어떤가. 기술력·가격·소통능력·금융지능 등 어느 것을 봐도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그동안 안정적인 국내 시장에 안주해 왔기 때문이다. 제도와 정책적 뒷받침도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0.5% 수준으로 한국의 위상에 비해 턱없이 낮다. 더구나 선진국의 견제와 중국 등 후발국의 도약으로 넛크래커 상황에 봉착해 있다.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심기일전의 자세로 부족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무엇을 먼저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심각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왔다.

 때마침 9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국제엔지니어링컨설팅연맹(FIDIC)’ 총회가 열린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총회의 주제는 ‘녹색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기후변화, 에너지 고갈, 물 부족, 재정위기, 자연재해 등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산적한 이슈를 진단하고 엔지니어링 산업의 새 지평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내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100주년 총회에서 선포할 엔지니어링의 새로운 비전을 다듬고 틀을 만드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역사적인 총회다.

 FIDIC는 “지속가능한 개발의 세계적인 과제 해결”을 목표로 세계 88개국의 엔지니어링 대표 기관이 참여하는 전 세계적인 조직으로 6만 개 기업과 150만 명 엔지니어가 회원이다. 이번 총회에는 해외 대표단 약 800명이 참가할 것이다. 이들은 많은 세계 무대 경험과 경륜을 갖춘 전문가이며 또한 해당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이들에게 우리의 능력과 기술을 보여주고, 이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맺고,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배울 절호의 기회다. 이런 기회는 늘 있는 것이 아니다. 엔지니어링 업계는 이 기회를 십분 활용해 당면한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종세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