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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선계열분리'시장반응 미지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이닉스반도체가 계열분리의 순조로운 진행은 물론 외국인들의 투자유치에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이는 지난 28일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 방침을 발표, 하이닉스반도체와 같은 부실기업의 신속한 계열분리를 통한 경영정상화를 촉진하고자 나선데 따른 것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채권단은 하이닉스가 당초 계획한 일정대로 순조롭게 계열분리을 완료함과 아울러 심리적 측면에서 투자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동반 부실화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현대상선이나 현대중공업 등 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도 '선 계열분리 - 후 지분매각' 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계열분리 과정에서 적잖은 유가증권 매각손이 예상됐지만 이번 방침으로 부담을 덜 수 있을 전망이다.

◇ '선 계열분리 - 후 지분매각' 방안은 차선책 = 지난 22일 하이닉스 채권단이 현대상선, 중공업 등 현대 계열사들로부터 하이닉스 지분에 대해 의결권 포기각서와 주식처분 위임장을 제출 받아 '선 계열분리 - 후 지분매각' 방안을 추진하면서 문제는 불거졌다.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현재의 시장가격으로는 수천억원씩의 매각손이 불가피한 것. 계열사 지분은 현대상선 9.25%, 현대중공업 7.01%, 정몽헌 1.70%, 현대엘리베이터 1.17% 등 총 19.13%로, 시가 매각할 경우 현대중공업은 5천억원, 현대상선은 3천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지분 예탁 후 계열분리를 거쳐 시장가격이 회복된 다음 지분매각에 나서겠다는 쪽으로 처리의 가닥을 잡았다. '선 계열분리 - 후 지분매각' 방안은 차선책이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편법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정해주느냐 여부로 모아졌다. 당초 공정위는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현행 법상 대금납입이 완료되고 주주명부에 이름이 바뀌어야만 계열분리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것.

그러나 공정위 입장이 일주일만에 바뀌었다. 채권단이 동일인측의 지배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차단됐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신속한 계열분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이다.

◇ 특혜시비 불거져 시장 반응 미지수 = 일부에선 다시 특혜시비를 거론하면서 이 조치로도 하이닉스를 수렁에서 건질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편법 계열분리와 외자유치 성공에도 불구, 조좃한 반도체 가격의 상승 없이 하이닉스의 조기 정상화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

빠르면 올 2분기 반도체 경기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점쳐지던 예측은 최근 뒤로 많이 밀린 상태. 한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요즘 들어 그 시기는 3분기 이후 늦으면 4분기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으로 기울어 있다" 고 말할 정도다. 한마디로 시장 반응은 미지수로 보면 된다.

하이닉스 주가가 2천원대로 처음 추락한 것은 지난 3월 29일 (2천9백90원) .이후 3천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던 주가는 4월 3일 다시 2천원대 (2천9백30원) 들어선 이후 2천4백30원 (4월 17일) 까지 떨어졌다.

이후 4월 19일 3천2백5원을 기록, 2천원대를 벗어났으며 5월 8일에는 4천2백원을 나타내면서 4원대로 올라섰다. 그 당시 최고치는 4천6백40원 (5월 17일) .공정위의 빌표가 있던 28일 하이닉스의 주가는 4천3백10원으로 전날보다 1백10원 떨어지는 상황을 면치 못했다.

◇ 자금확보에는 긍정적 전망 많아 =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1월 발표한 자구계획에 따라 하드디스크드라이브 (HDD) 를 만드는 미국내 자회사인 '맥스터 (Maxtor)' 의 지분 2천8백30만주를 상반기 중 우선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대상 주식의 가치는 최근 뉴욕증권거래소 (NYSE) 거래가격을 감안할 경우 2억달러 (2천6백억원)가 넘을 것이란 게 하이닉스의 판단이다.

맥스터는 지난해 매출이 27억달러였으나 지난 4월 '퀀텀 (Quantum) HDD부문' 과의합병을 통해 매출 60억달러 규모로 커져 HDD업계 1위가 됐다.

하이닉스는 또 군 통신 및 보안장비를 만드는 특수사업단을 최근 분사시켜 ㈜현대제이콤을 설립하고 이 회사 지분 100% 가운데 90%를 기산텔레콤과 세아정보통신 등에 나눠 매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하이닉스는 90억원 가량을 확보한 상태. 추후 나머지 10% 지분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는 올들어 ▶걸리버스농구단 72억원 ▶현대택배 주식 76억원 ▶수처리시설 2천77억원 ▶영동사옥 1천30억원 ▶자사주 320억원 등에 이어 제이콤 및 맥스터 지분의 매각작업에 따라 모두 6천억원 이상을 확보, 상반기 자산매각 목표인 4천억원을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의도 기자 huhe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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