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르노삼성 주인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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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회장

경영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일본 닛산의 소유가 될 전망이다.

 5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카를로스 곤(58 ) 르노·닛산 회장의 지시로 르노삼성의 주인을 르노에서 닛산으로 바꾸는 작업이 조만간 개시된다. 르노삼성은 현재 프랑스 르노그룹이 80.1%, 삼성카드가 19.9%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 관계자는 “곤 회장이 7월 말 르노삼성의 기흥연구소와 부산공장을 방문한 뒤 르노삼성의 지배구조 변경 구상에 확신을 가졌다”면서 “르노삼성이 닛산의 차세대 로그를 생산하기 시작하는 2014년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곤 회장은 7월 한국을 찾았을 때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내수점유율이 12%에서 3%대로 추락한 르노삼성에 1억6000만 달러(약 1700억원)를 투자하고 2014년부터 닛산의 차세대 로그 8만 대를 생산해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르노그룹도 이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999년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의 제휴로 탄생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800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세계 3위의 자동차업체다. 곤 회장이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맡고 있다.

 르노삼성이 닛산의 계열사에 들어가면 현재 닛산의 국내 판매법인인 한국닛산은 판매사업부로 흡수될 수 있다. 전체적으로 한국GM과 같이 연구소와 생산기지를 모두 갖춘 닛산의 해외거점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르노삼성 엠블럼은 사라지고 닛산 엠블럼만 남게 된다.

 한편 르노그룹은 세계 자동차메이커 가운데 유럽발 경제위기의 여파를 가장 많이 받으며 실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르노그룹이 르노삼성의 지분을 닛산에 내어줄 경우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르노삼성의 자본금은 4400억원 수준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르노그룹이 10년 이상 아시아 유일의 연구 및 생산기지로 공들여온 르노삼성의 지분을 쉽게 내어줄지 의문”이라며 “그래도 곤 회장이 밀어붙이면 가능한 구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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