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만원, 의료비만 보장 단독 실손보험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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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 달에 7만~10만원을 내야 가입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을 내년부터 월 2만원 안팎에 들 수 있게 된다. 3년마다 갱신되던 계약도 1년 단위로 단축된다. 일률적으로 치료비의 90%를 보험사가 내주던 보장비율도 다양해진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하는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은 내년부터 모든 실손보험 상품에 적용된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을 때 의료비로 실제 지출한 금액을 보장하는 건강보험이다.

지난 4월 현재 가입자는 2522만 명, 단체보험과 유사보험을 합한 가입자는 3000만 명에 이른다. 가히 ‘국민보험’으로 불릴 만하다.

그러나 올해 갱신된 상품의 평균 보험료 인상폭이 60%에 달해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왔다. 실손보험만 따로 팔지 않고 사망·상해보험의 특약으로 끼워 팔다 보니 갈아타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명성과 달리 5년차 유지율이 48.5%, 10년차 유지율이 14.7%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사들 역시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과다지급으로 손실을 본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금융위는 먼저 실손의료비보장을 주계약으로 하는 상품을 의무적으로 내놓도록 했다.

지금은 모든 보험사가 사망과 상해 등 불필요한 주계약에 가입해야 실손보험에 들 수 있게 하고 있다. 생명보험사는 대개 실손의료비보장을 종신보험이나 치명적 질병(CI)보험, 통합보험의 특약으로 판매한다. 손해보험사 역시 통합·건강·상해·운전자 보험에 특약으로 끼워 팔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월 7만~10만원에 판매 중인 실손보험의 보험료 중 85%는 사망이나 상해 보장용”이라며 “특약으로 돼 있는 실손보험을 단독 상품으로 출시하면 40대 남자를 기준으로 월 보험료를 2만원 안팎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보험료는 20대 1만원대부터 60대 이상 3만원까지 연령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실손보험 갱신 주기도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기존 실손보험은 3~5년마다 갱신됐다. 처음 가입할 때는 저렴했지만 갱신 때 체감 인상폭이 지나치게 컸다. 금융위는 보험사가 매년 보험료 인상한도를 공시하도록 해 과도한 인상을 억제키로 했다. 실손보험이 단독으로 판매되고 갱신주기가 단축되면 가입자들의 선택권이 크게 강화된다.

 보장 내용은 최장 15년마다 바뀌고 실손보험을 팔 때 보험사가 이를 가입자에게 알려야 한다. 대신 실손보험의 보험금 지급은 까다로워진다. 병원과 환자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보험금 지급이 급증해 보험료가 급등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청구되면 보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뢰해 요양급여 대상이 되는지 검증한다.

병원마다 제각각인 비급여 항목의 진료비 청구 서식도 표준화해 어떤 진료로 보험금이 나가는지 보험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전체 의료비 중 가입자가 내는 돈(자기부담금)의 비율도 다양해진다. 현재는 모든 상품이 의료비의 90%를 내준다. 그러나 자기부담금을 20%로 늘리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이 새로 출시된다.

손보업계는 그러나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비급여 진료비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이번 대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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