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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살수(殺手) 82의 등장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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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결승 1국]
○·원성진 9단 ●·구리 9단

제5보(69~82)=중앙에 뜬 흑 대마가 공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공격과 타개는 아직 생사를 건 처절함과는 거리가 있다. 대신 두 사람의 동상이몽이 미묘한 변화를 낳고 있다.

가령 원성진 9단이 72로 공격했을 때 구리 9단은 73으로 가볍게 뛰어나갔는데 이 수는 죽음을 걱정하는 수가 전혀 아니다.

위험을 느꼈다면 ‘참고도’ 흑1에 두어 집을 내면 되는 것이고 그걸로 거의 사는 모습이 된다.

하지만 흑1은 너무 추위에 떤 수이고 백2가 놓이면 좌측 백 집이 빵처럼 부풀어 올라 우하를 빙 돌아간 흑 집보다 훨씬 커진다. 해서 못 본 척 73으로 뛰어 나간 것이고 그 순간 74의 급소를 한 방 맞았다.

 구리는 뜨끔했지만 그래도 A에 한 집이 있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77 쪽의 드넓은 땅에서 설마 한 집을 못 만들랴. 그보다는 상대의 공격 심리를 이용해 백 집을 최대한 파괴하고 살자고 생각한다. 그 속셈을 읽기라도 한 듯 원성진은 살그머니 분노를 느낀다. 78은 느리지만 두터운 수. 더 이상 살지 않고 머뭇거리면 칼을 뽑겠다는 강한 경고를 담고 있다.

하나 구리는 못 들은 척 81로 파고든다. 원성진은 입술을 꼭 깨물며 장고에 접어든다. 기회를 줬건만 상대는 반성하지 않는다. 82라는 살수가 이렇게 등장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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