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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지방, 치료·미용에 활용 … 더 이상 천덕꾸러기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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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지방(脂肪)은 천덕꾸러기였다. 체지방률(BMI)은 건강의 중요한 척도다. 지방으로 들어찬 뱃살은 만성병의 방아쇠다. 지방은 인터루킨-6·레지스틴처럼 당뇨병을 유발하는 물질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지방은 건강과 미용을 위한 제거 대상 1호였다. 하지만 최근 지방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의학이 발전하며 치료·미용 목적으로 지방을 활용하는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지방은 표준남성을 기준으로 체중의 15~20%를 차지한다. 여성은 20~25%다. 이렇게 지방은 신체에서 가장 거대한 기관이다.

 지방은 크게 피부 밑의 피하지방과 내부 장기를 둘러싼 내장지방이 있다. 유방 조직과 골수에도 분포한다. 또 지방이 자리 잡은 위치·구조·기능에 따라 백색 지방과 갈색 지방으로 구분한다. 백색 지방은 필요에 따라 에너지를 방출하고, 갈색 지방은 에너지원을 열로 전환한다. 갈색 지방은 동물이 동면할 때, 갓 태어난 포유류의 체온 조절에 중요하다.

 지방은 에너지의 저장 창고 이외에 더 많은 기능을 한다. 피하지방은 체표면의 모양을 만든다. 내장 지방은 내부기관들 사이의 공간을 채워 기관이 있어야 할 위치를 잡아준다. 손바닥이나 발바닥처럼 충격이 많은 신체부위에선 완충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신체에서 추출한 지방을 활용하는 시술이 늘고 있다. 미용상으로는 손상된 연조직을 대신하는 보충재로 쓰인 지 오래다. 부작용 없이 노화로 위축된 얼굴, 빈약한 가슴과 엉덩이에 지방을 보충하는 지방이식술이 발전했다. 얼굴의 비대칭을 바로잡고 이마의 볼륨과 매끈한 턱선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특히 요즘엔 지방은 치료에 이용한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지방에 줄기세포가 풍부하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지방조직의 새로운 활용가치를 찾아낸 것이다.

 줄기세포는 신체 어디에든 있다. 이 중 지방조직에 있는 줄기세포는 추출하기도 쉽고, 양도 많다. 특히 지방 줄기세포는 다양하게 분화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지방흡입술로 얻는 줄기세포의 양은 300mL당 최대 6×108개다. 이 지방 줄기세포는 90% 이상 생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또 골수 줄기세포보다 쉽게 배양되고 증식 속도가 빠르다. 세포 노화 현상도 늦다. 윤리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지방 줄기세포의 효용가치가 확인되며 미국 등에선 ‘팻 뱅킹(fat banking)’ 서비스가 시작됐다. 뱃살 등 특정 부위에서 추출한 지방을 버리지 않고 저온 보관했다가 나중에 녹여 활용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이 연구 중인 관절염·파킨슨병·중풍·뇌성마비·척수손상·다발성 경화증·당뇨병·피부손상·탈모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도 곧 팻 뱅킹 서비스가 문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지방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해질 것이다. 지방에 있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도 속속 소개될 것이다. 지방은 더 이상 천덕꾸러기는 아니다.

디올클리닉 장지연 원장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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