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칼부림 사건을 저지른 김모(30)씨는 무고한 행인까지 찌르긴 했지만 원래 목표는 전 직장의 동료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가 동료들의 비난과 ‘왕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직장 내 보복 폭행(workplace violence)은 고용이 불안해지고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 김씨 역시 부팀장까지 올랐지만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실적은 없는데 연봉만 높다”는 동료 직원들의 비난을 받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해고나 업무 스트레스, 동료들의 왕따로 인한 직장 내 보복 폭행은 이번 사건뿐이 아니다. 지난 2월 충남 서산의 자동차 시트 제조공장에서 성모(30)씨가 직원들에게 엽총탄 50여 발을 발사했다. 그는 검거 직후 “직원들이 나를 괴롭혀서 보복하기 위해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 사고로 최모씨(38세)가 숨지고 직원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국에서는 직장 내 보복폭행이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목재 회사에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불만으로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직장 내 보복폭행으로 살해당한 사람은 2009년 521명에 달한다. 그나마 1993년(1068명)에 비해선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직장 내 보복폭행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한다. 9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공장에서 직장 내 왕따를 당한 직원이 총을 난사해 동료 2명이 죽었다. 유가족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99년 “회사가 직원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790만 달러(약 89억원)를 내도록 판결했다. 한남대 이창무(경찰행정학) 교수는 “미국 직장 내 보복폭행으로 기업이 소송을 당하면 판결에서 피해자 한 명당 평균 250만 달러를 내도록 한다”며 “이 같은 소송 때문에 파산한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사회적 루저' 칼부림男, 공통점 찾아보니…
▶여의도 30대 "칼 5자루 숫돌에 갈았다"
▶경찰, 3만7000명 우범자 감시팀 구성
▶'무술 28단' 칼부림 막은 시민들, 정체 알고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