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없고 연봉 높아" 동료 직원 욕했다가…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경찰청장 앞에서 ‘여의도 칼부림’ 재연23일 서울 여의도 ‘칼부림 사건’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김기용 경찰청장(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날(22일) 발생한 사건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상황 재연 경찰관이 든 칼은 종이로 만든 모형이다. [김도훈 기자]

서울 여의도 칼부림 사건을 저지른 김모(30)씨는 무고한 행인까지 찌르긴 했지만 원래 목표는 전 직장의 동료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가 동료들의 비난과 ‘왕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같은 직장 내 보복 폭행(workplace violence)은 고용이 불안해지고 직장 내 업무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과 연관이 있다. 김씨 역시 부팀장까지 올랐지만 실적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실적은 없는데 연봉만 높다”는 동료 직원들의 비난을 받다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해고나 업무 스트레스, 동료들의 왕따로 인한 직장 내 보복 폭행은 이번 사건뿐이 아니다. 지난 2월 충남 서산의 자동차 시트 제조공장에서 성모(30)씨가 직원들에게 엽총탄 50여 발을 발사했다. 그는 검거 직후 “직원들이 나를 괴롭혀서 보복하기 위해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결국 이 사고로 최모씨(38세)가 숨지고 직원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미국에서는 직장 내 보복폭행이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올해 1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목재 회사에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한 불만으로 동료들에게 총기를 난사해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했다. 직장 내 보복폭행으로 살해당한 사람은 2009년 521명에 달한다. 그나마 1993년(1068명)에 비해선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직장 내 보복폭행 피해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한다. 95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한 공장에서 직장 내 왕따를 당한 직원이 총을 난사해 동료 2명이 죽었다. 유가족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법원은 99년 “회사가 직원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790만 달러(약 89억원)를 내도록 판결했다. 한남대 이창무(경찰행정학) 교수는 “미국 직장 내 보복폭행으로 기업이 소송을 당하면 판결에서 피해자 한 명당 평균 250만 달러를 내도록 한다”며 “이 같은 소송 때문에 파산한 기업들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사회적 루저' 칼부림男, 공통점 찾아보니…
▶여의도 30대 "칼 5자루 숫돌에 갈았다"
▶경찰, 3만7000명 우범자 감시팀 구성
▶'무술 28단' 칼부림 막은 시민들, 정체 알고보니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