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앞둔 여교사는 교장의 기쁨조" 발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지난달 10일께 인천교육청 간부 앞으로 전달된 투서. “교장들이 승진 예정 여교사들에게 출장에 동행할 것을 요구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승진 앞둔 여교사는 교장 기쁨조’ ‘근평·승진 빌미로 개인적인 일 챙기고 성희롱도’.

 한 여교사의 무기명 투서에 인천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인천시교육청은 여교사로 보이는 익명의 투서자가 지난달 10일께 교육청 고위 간부 앞으로 투서를 보내왔다고 21일 밝혔다.

 승진을 앞둔 여교사라고만 밝힌 이 여교사는 투서에서 “일부 관리자가 여교사들에게 근무성적을 매긴다며 술자리를 요구하고 노래방에서 껴안거나 무릎에 손 올리기 등의 성추행도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어떤 교장들은 승진 예정 여교사들에게 개인 애경사 등에 동행할 것과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 출장에도 같이 가기를 은근히 요구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같은 요구를 거부하면 “이러니 근평을 못 받았지” “이래서 어떻게 승진하겠어” 등의 폭언이 돌아온다고도 했다. “오늘 옷이 섹시하다” “밤무대 가도 되겠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는 내용도 있다. 투서에는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을 비서나 기쁨조로 생각한다는 것은 치욕”이라며 “남편과 애들에게 부끄럽다. 교육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해달라”는 주문도 들어 있다. “오늘 드라이브나 하지” “데이트나 하지”라며 장거리 출장이나 애경사에 동행을 요구하는 관리자가 너무 많다는 내용도 있다. 이 여교사는 “비서처럼 차를 가져와 모시도록 하고 때로는 출퇴근을 차로 해주기를 원하는 관리자가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금전 비리 문제도 들어 있다. 여름·겨울 방학마다 관리자들이 학사시찰을 나갈 때면 보직교사들이 인사를 하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때 돈을 거출해 봉투를 만들고 근평을 잘 받을 사람은 따로 봉투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투서는 “여교사들의 울분을 잠재워 주세요. 곪아터지기 직전입니다. 여교사들도 편한 마음으로 승진도 준비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도와 주세요”라고 끝을 맺었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이 투서를 받고 각급 학교에 ▶건전한 회식문화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 ▶관리자 품위 유지 등을 강조하는 공문과 교육감 서신을 보냈다. 그러나 이 여교사는 지난 13일 다시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의회 교육위원회에 투서를 보내왔다. 두 번째 투서에는 “교육감이 교장들에게 청렴 조치를 내렸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감 지시사항을 축소해 시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전체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성희롱, 개인적인 일 챙기기, 술자리 문화 등에 대한 무기명 설문조사를 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익명의 투서여서 사실 여부를 가리는 데 한계가 있지만 일부 내용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