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박근혜, 도전은 이제부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2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활짝 웃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8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김형수 기자]

오는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에 나설 박근혜(60)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20일 확정됐다. 그는 첫 여성 대통령, 첫 2세 대통령에 도전하게 된다. 148석 거대 정당의 힘, 강고한 지역 기반, 선친(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 대중적 인기를 배경으로 120일간의 대선 장정에 돌입한다. 하지만 ‘실패한 경선’ ‘후보 추대식’이라는 야권의 일성(一聲)에서 보듯 그의 도전엔 쉽지 않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박 후보는 공룡 정당의 전권을 장악한 최고 실력자다. 박 후보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부상은 바로 기성 정치, 정당에 대한 반감의 표출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은 돈 공천 파문에까지 휩싸여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와 안 원장은 1대1 대결에서 혼전세다. 박 후보는 이날 ‘정치 쇄신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약속했다. 박 후보가 취약한 20~30대 젊은 층의 지지 확보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계속되는 ‘불통(不通)’에의 지적은 ‘대통령의 리더십’엔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증폭된 정치 혐오증의 극복과 민주적 소통에의 노력은 바로 도전의 성패를 가를 변수다.

 박 후보는 영남 출신이다.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 이후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면 전두환·노태우·김영삼·노무현·이명박 대통령이 모두 영남 출신이었다. ‘영남 헤게모니’가 45년 동안 지속되는 데 대한 피로감, 편중 인사의 후유증을 치유하려면 획기적 탕평책이 시급하다. 박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이념과 계층, 지역과 세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모두 함께 가는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진단은 정확하다. 실천이 문제다. 당장 9월 출범할 선대위 구성부터 인적 대통합의 실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功)이 박 후보의 정치권 진입과 도약에 도움이 됐다면 그 과(過) 역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정수장학회, 5·16 쿠데타, 유신 논란 등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리하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소득 1000달러 고도성장기의 통치자(박정희)와 2만 달러 복지 시대 지도자의 리더십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박 후보는 이날 연설문에서 세계 경제위기,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핵 위협, 일본과의 영토분쟁, 동북아 질서의 재편 조짐 등을 열거하며 현 시국을 ‘위기의 시대’로 규정했다. 스스로 인정한 대로 그는 역대 가장 고난도의 복잡한 과제 해결을 요구받는 대통령 후보다.

 가상준 단국대(정치학) 교수는 “차기 정권을 이끌어갈 후보는 국내 경제문제뿐 아니라 남북·한일 관계 정상화, 유로존 금융위기 대책 등에 대한 적극적이고 명료한 해법을 제시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어느 때보다 스마트한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부시 전 대통령 부자, 일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등 2, 3세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높지 못한 것도 그만큼 선대의 후광을 넘어서는 업적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다. 박근혜 후보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인 것이다. 앞서 그는 2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전체 유효 투표수(10만3118표)의 84%(총득표수 8만6589표)를 얻어 후보로 확정됐다. 84%의 득표율은 2002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얻은 68%는 물론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뽑힌 김대중 대통령의 77.5%를 웃도는 기록이다. 2위 김문수 후보는 8.7%(8955표)에 그쳤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당시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뒤 5년 만에 얻은 대선 본선 진출권이다.

■ 관련기사
▶ 교수 꿈꾸다 22세에 퍼스트레이디…18년 은둔 후 정계 입문
▶ 박근혜 "오후에 노무현 대통령 뵈러 간다"
▶ 전문가 11명 "박근혜의 강점·약점은…"
▶ 박근혜 "일본 기자 '독도 문제 해결방안' 묻길래…"
▶ 문재인 "박근혜 대세론 이미 깨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