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담배사 무릎 꿇린 그들 이번엔 미국 식품회사 정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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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펩시코·하인즈·제너럴밀스 등 미국 식품회사가 떨고 있다. 10여 년 전 RJ 레이놀즈와 필립모리스 등 미국 4대 메이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25년 동안 2060억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낸 스타 변호사들이 식품회사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회사들이 담배회사와 마찬가지로 ‘건강에 좋은(healthy)’이나 ‘100% 천연의(natural)’와 같은 근거 없는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수십 년 동안 수십억 달러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담배회사 소송을 처음 제기한 미시시피주의 돈 배럿, 윌터 엄프리, 드위트 러브레이스 등 10여 명의 변호사들이 지난 4개월 동안에만 식품회사를 상대로 25건의 소송을 걸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식품회사들은 “돈에 눈먼 변호사들이 백해무익한 소송을 걸고 있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내심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메이저 담배회사의 무릎을 꿇린 변호사들의 집요하고 공격적인 법리 공방을 잘 알고 있어서다.

 식품회사가 표적이 된 건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에 첨가된 설탕이나 기름 혹은 첨가물이 심장병·당뇨·비만 등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데 정작 포장지엔 건강에 좋은 것처럼 허위·과장 광고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배럿 법무법인 피어스 고어 변호사는 “초바니가 만든 석류 맛 요구르트 포장지엔 설탕이란 표현 대신 농축 주스라고 표기돼 있다”며 “설탕은 설탕이라고 표시해야 옳다”고 말했다.

 식품회사에 대한 소송은 대부분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가 소비자 권익 보호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식품회사도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식품회사는 2009년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의 판결에 기대를 걸고 있다. 펩시코가 만든 시리얼에 딸기 이름을 붙였으나 실제론 딸기가 들어 있지 않다는 고발에 연방법원은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진짜 딸기가 함유됐다고 믿지 않을 것”이란 이유로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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