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뇨리타, 그라시아스” … 스페인어 잘하면 기업서 귀하신 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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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기업에선 지금 스페인어 배우기가 한창이다. 주 타깃은 스페인이라기보다 스페인어를 많이 쓰는 중남미다. 중남미 지역 자원 개발과 플랜트 건설이 활발해지고, 또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계기로 중남미 쪽과 교역이 늘면서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인재를 키우고 있는 것.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중남미 지역 수주액은 2010년 20억6695만 달러에서 지난해 2011년에는 66억4328만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올 6월 베네수엘라로부터 29억9500만 달러 정유공장 건설 사업을 수주한 현대건설은 지난달 일주일에 4번, 1시간씩 총 두 달 코스의 스페인어 강좌를 시작했다. 6월 초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았는데 1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였다. 이 회사는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같은 중남미 지역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지난 5월 창사 65주년 행사에서 “앞으로 건설사 직원들이 배워야 할 제2외국어는 스페인어”라며 “토목쟁이부터 스페인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우건설 역시 올 3월부터 스페인어 원어민 회화 수업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콜롬비아 보고타에 지사를 설립하고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공사인 PDVSA와 100억 달러 규모 원유기반시설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비교적 일찌감치 스페인어 교육을 시작한 경우다. 2009년 3월 페루지역에 진출하면서 스페인어 교육을 시작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세계 10위권 물처리 전문 업체인 스페인의 ‘이니마(Inima)’를 인수하면서 직원 대상 스페인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하반기에 칠레 산티아고 지점을 개설할 예정인 삼성물산은 2월 스페인어 강의를 시작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입사원 채용 때도 스페인어 능통자는 귀하신 몸이 됐다. STX그룹은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07년부터 스페인·포르투갈어 능통자에게 가산점을 주고 있다. 삼성물산 역시 해외영업 부문 신입사원 채용 때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전공자를 우대한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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