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8년 전 레이건처럼 실업률 7% 벽 넘고 재선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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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경합주인 뉴햄프셔주의 윈드햄에서 연설 도중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윈드햄 로이터=뉴시스]

18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기준 실업률은 8.3%. 재선을 노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마음이 급해졌다. 역대 미 대선에서 실업률이 7%를 넘는 가운데 재선에 성공한 정치인은 로널드 레이건뿐이기 때문이다. 레이건이 재선에 도전한 1984년 당시 실업률은 7.2%였다. 오바마 측은 비록 실업률이 7%대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2008년 글로벌 위기의 멍에를 짊어지고 출발했으며, 이후 실업률이 계속 떨어졌다는 점을 내세웠다. 실제로 실업률은 하향세였다. 하지만 7월 실업률은 오히려 6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50개 주 중에서 7월 실업률이 전달과 비교해 조금이라도 내려가거나 그대로인 지역은 6곳에 그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켜진 적신호는 경합 주(스윙 스테이트)에서 더욱 선명했다. 대선에서 승패를 가를 것으로 점쳐지는 경합 주 14개 가운데 변동이 없는 오하이오주를 제외한 13개 주에서 실업률이 일제히 상승했다. 석 달째 하락 또는 불변이던 네바다의 실업률은 6월 11.6%에서 지난달 12%로 뛰면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플로리다도 8.6%에서 8.8%로 3월 이후 처음 상승 커브를 그렸다. 콜로라도(7월 실업률 8.3%), 아이오와(5.3%), 뉴햄프셔(5.4%), 펜실베이니아(7.9%), 버지니아(5.9%), 미시간(9.0%), 뉴멕시코(6.6%), 노스캐롤라이나(9.6%), 위스콘신(7.3%) 등의 실업률도 높아졌다. 경합 주 가운데 플로리다·뉴햄프셔·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에서는 실업률이 올랐을 뿐 아니라 절대 일자리 수마저 줄었다.

 실업률이 7%대 진입은커녕 오히려 상승하자 오바마 캠프는 ‘공화당의 발목 잡기’에 책임을 묻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측은 일자리가 줄어든 이유가 공화당 주도의 예산 삭감이라며 공화당 책임론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공개한 보고서에서 2009년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이후 미국 각 주와 지방 단위의 세수가 줄고 연방정부 지원이 삭감되는 바람에 교육 관련 일자리 30만 개 이상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자문위원회와 다른 두 교육 관련 패널 주도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11월 대선을 의식한 예산전쟁을 앞두고 미 하원 내 다수파인 공화당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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