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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vs 온+오프 경쟁력 분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온라인 서점들의 매출 증가세는 도서할인제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10년 이내에 온라인 서점 매출액이 오프라인 서점 매출액을 넘어선다.’ 2조원의 출판시장을 두고 교보, 종로, 영풍 등 오프라인 빅3 서점과 1백50여개 온라인 서점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진정한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지난 달 말,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에 도서를 주문했던 L씨는 황당한 일을 당했다. 기다려도 온다는 책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배송 추적을 해보니 책은 오지도 않았는데 ‘배달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마침 택배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일이 밀려 다음 날 아침에야 배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상담원에게 전화로 물었다. 아랫집에 맡겼다고 했다.
아랫집에 물어보니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 어렵게 알아낸 택배회사로 전화를 했더니 차가 막혀 늦어졌다는 변명뿐이었다. 일찍 보내는 것도 아니면서 아랫집에 맡겼다는 서점 직원의 거짓말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게다가 오전에 온다는 택배 또한 차가 막혔다는 핑계를 대며 오전이 다 가서야 도착했다. 그 날 L씨는 오전 내내 기다리다가 지치고 말았다.

직장인 K모씨는 주문한 도서가 모두 도착하지 않은 일을 겪었다. 전화로 확인해 보니 재고도서가 없다는 것이었다. 출판사로부터 확보하는 대로 곧 보내주겠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들어야만 했다. 인터넷 서점의 가장 큰 문제인 배송과 물류센터 부족에 의해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었다.

‘할인 정책’으로 급성장을 거듭해온 인터넷 서점. 배송 지연과 재고도서 부족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오프라인 서점들도 온라인 서점을 병행 운영하는 현시점에서 양쪽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았다.

온라인 서점

구입 편리함 불구 배송 지연 최대 약점

그 동안 순수 온라인 서점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연 저렴한 가격이었다. 유통 단계를 줄이고 오프라인 매장 관리비용 절감을 통해 발생한 차액을 소비자에게 되돌려 주는 ‘할인 정책’이 소비자들에게 통했던 것이다. 여기에 복잡한 매장을 돌아다니지 않고 집이나 사무실에서 클릭 한 번만으로 서적을 주문하고 며칠 뒤 주문한 서적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은 바쁜 현대인들에 매력적인 요인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교보, 종로, 영풍 등 오프라인 기반의 빅3 인터넷 서점들도 10% 할인에 3% 추가 마일리지 형태로 할인판매에 나서면서 도서 정가제가 공식적으로 파기된 것이다. 순수 인터넷 서점의 최대 경쟁력인 ‘할인판매’의 장점이 사라진 것이다.

지난 3월, 한국출판인회의와 인터넷서점 양측이 합의한 10% 할인+5% 추가 마일리지합의안은 제대로 실시되지도 못하고 파기되고 말았다. 교보문고가 10% 할인판매에 나서자 이번 합의에 동참하지 않았던 인터파크는 40% 할인율을 내세웠다. 그러자 인터넷서점 업계 선두인 예스24도 한시적이란 명분으로 베스트셀러 3백 종을 30% 할인판매에 나섰다.이 합의를 마지막까지 준수하겠다던 모닝365(www.morning365.com)가 3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할 것을 발표함으로써 마침내 이 합의안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도서 할인율 10% 적용 합의가 파기되면서 온라인 서점들의 가격 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예스 24를 비롯한 대부분의 인터넷 서점들이 다시 20∼30%의 할인된 가격에 도서 판매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알라딘의 조유식 사장은 “당장은 제살깎아 먹기식 과당경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정리가 된다면 온라인 도서 할인체제 출범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오히려 이를 통해 “출판사를 피폐하게 하는 무조건적인 가격 할인체제가 아니라 유통, 생산업자, 소비자 등 출판시장의 구성원 모두를 안정시켜 전체 출판 유통시장의 체질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문고 경영지원본부의 남성호씨는 “도서 정가제를 고수하고 있는 인터넷 교보문고의 2000년 수익률도 -10%였다. 하물며 평균 30%까지 할인해서 팔고 있는 온라인 서점들의 수익에는 회의적”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도서 할인율이 높아질수록 자본금이 충분한 큰 업체들만 살아남아 독점자본이 될 수 있으며 독자의 구미에 맞춘 종류의 책만 생산하려 해 서적의 종류가 편협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가격 경쟁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그 동안 순수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보다 최대 30% 이상 할인된 가격을 바탕으로 쾌속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이제는 가격할인이 아닌 데이터베이스, 배송, 회원 서비스 등 비가격 경쟁으로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요즘 온라인 서점들은 차별화 작업에 한창이다. 예스24는 서적뿐 아니라 e-북 서비스와 음반, 소프트웨어, 비디오, DVD, PDA, MP3, e-카드 등 다양한 상품을 구비하고 있다. 또 도서정보, 웹진, 전자도서 등 콘텐츠 서비스 대폭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합리적인 배송 시스템과 재고정보 시스템을 통해 고객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에 주력하기로 했다.

알라딘은 5월 중 PDA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으며 다양한 검색을 위한 카테고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또 1만원 이상이 축적돼야 사용할 수 있었던 마일리지를 2천원 이상 축적되면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일리지 사용 문턱을 크게 낮추었다.

신생 인터넷 서점인 북새통(www.booksetong.com)은 전국 1백여 개 서점과 제휴해 인터넷 사이트에서 도서 주문과 결제를 하고 가까운 제휴 서점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는 오렌지북 서비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또한 30달러 이상되는 영어 원서를 주문하면 무료로 배송 해주는 테크노메카코리아(www.tmecca.com)나 신간 서적을 50% 할인 판매하는 예스로닷컴(www.yesro.com) 등도 눈에 띈다.

인터넷 서점 업체의 한 관계자는 “순수 온라인 서점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무엇보다 편리한 결제방법, 빠른 배송기간, 쉬운 검색, 충실한 데이터베이스, 빠른 사이트 속도,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 친절한 상담 등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재고도서 부족에 따른 배송지연과 유통망 보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송료만큼은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일치하고 있다. 택배회사를 통해 주문한 도서를 배달하는 온·오프 서점 모두 4만원 이상 주문시 배송료를 전액 면제해 주고 있는 것이다. 다만 4만원 이하 고객에게는 2천원의 배송료를 받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

할인율 낮지만 정확한 배송이 강점

강력한 오프라인 기반을 갖춘 교보, 종로, 영풍 등의 인터넷 서점들은 순수 온라인 서점들의 합의문 파기에도 10% 도서 할인율과 3% 마일리지 적립을 고수하고 있다. 이들 빅3는 순수 온라인 서점들과 비교되는 것 자체를 ‘불쾌하게’ 여기면서도 온·오프라인 양면전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이들은 서점 바닥에 앉아 책을 읽거나 가족들과 함께 책을 사러 나들이하는 소비자들의 오프라인 정서를 토대로 종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몸짓에 들어갔다. 즉, 책을 구입하는 것은 물론 사람을 만나고, 가족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데 부족하지 않도록 음식점에서부터 음반, 의류, 문구 매장까지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겠다는 큰 줄기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를 위해 교보문고는 현재 컨설팅 업체와 ‘교보에 가면 모든 것이 있다’를 컨셉으로 문화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 혁신과 고객 만족도 향상 전략, 고객 만족도 평가를 진행 중이다. 저자와의 만남 등 기존의 이벤트와는 달리 교양강좌나 주부 글짓기, 아동 인형극, 모교에 도서 보내기 등 오프라인에 어울리는 행사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대구, 부산, 성남, 대전에 지점을 두고 있는 교보문고는 앞으로 전국에 지점을 마련할 예정이며 선도기업 이미지라는 브랜드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이밖에 개선된 도서정보와 풍부한 도서 구비, 빠른 배송, 편리한 검색, 유용한 콘텐츠 등 회원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게다가 고객 의견을 존중하기 위해 게시판을 통해 리얼타임으로 고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온+오프라인 서점들의 성공 키워드는 인터넷의 장점을 살리는데 달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인터넷이라는 양방향성과 사용자 개개인에게의 일대일 서비스를 누가 충실히 하느냐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각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를 축적, 이를 분석한다면 개인 고객의 취향은 물론 연령별, 성별, 직종별 취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DB 카테고리를 확보해 고객 서비스의 차별화 및 타깃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서점은 이 데이터를 출간 소식을 전할 때나 도서를 추천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온라인 서점에서 맛볼 수 없었던 동네 서점 같은 친근함을 제공할 것이다. 오프라인 서점은 책 진열이나 이벤트 기획시에 유용하다. 출판사는 시기별, 타깃별 정확한 도서 기획이 가능해지면서 재기의 발판을 다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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