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남 농산물 일본 검역 장벽에 수출 '비상'

중앙일보

입력

일본이 지난 4월 1일부터 외국 농산물 검역량을 줄이면서 경남지역 농산물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검역당국은 항구 ·공항별로 검역물량 상한선을 정해 초과 물량의 검역을 다음날로 미루고 있다.

이 같은 검역강화가 1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일본에 농산물 수출을 많이 하는 경남지역 수출농가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오는 7월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농민들의 표를 의식해 자국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실태=경남지역 신선 농산물의 95%가 반입되는 시모노세키(下關)항의 경우 그동안 하루 평균 1백60∼1백80건의 수입 농산물을 검역했으나 4월부터는 하루 1백 건 이하로 줄었다.후쿠오카의 하카다(博多)항은 하루 평균 2∼3건이 다음날로 검역이 미뤄진다.

도쿄(東京)항은 하루 검역량을 41건으로 정하는 바람에 지난달 10일과 24일 두 차례 10여 건의 검역이 다음날로 미뤄졌다.

이 때문에 수출업체들은 검역 건수를 줄이기 위해 양이 적은 농산물 수출 대행을 꺼리고 물류비용 부담을 이유로 상품 수집가격을 내리고 있다.

일부 수출업체는 등급도 낮게 매기고 있다.농민들은 검역강화가 장기화 할 경우 수출품목을 바꿔야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피해=꽈리고추 ·파프리카 ·단가지(짧은 가지) ·메론 등 일본 소비자를 겨냥한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의 피해가 크다. 9백 평에 꽈리고추를 재배하는 김해 생림면 마사리 곽수섭(郭守燮 ·44)씨는 "마지못해 수출은 하지만 가격 하락으로 인건비 ·포장비 등을 빼면 남는 게 없다"며 한숨지었다.

파프리카를 재배하는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변종호(卞鍾浩 ·50)씨는 3월까지 1㎏에 4천5백∼5천원에 수출했으나 지난달부터는 3천 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卞씨는 "아직은 손해 보지는 않지만 가격이 더 내려가면 생산비도 못건질 판"이라며 걱정했다.

15농가가 1만8천 평에서 가지를 생산하는 김해 생림수출농단은 검역강화 이전에는 매달 1백20t을 수출했으나 지난달에는 30% 수준인 40t밖에 수출하지 못했다.

올해 수출목표를 14억원으로 잡았던 이 농단은 이런 추세라면 7억원어치 밖에 수출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또 3월 이전 80∼90%를 차지하던 상품(A등급)이 4월부터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농민들은 또 검역지연으로 농산물의 수분이 증발,무게가 감소하는 피해를 보고있다.

검역연기 사태가 빈번하자 수출업체들은 컨테이너를 냉장용으로 바꿔 물류비 부담이 늘어 울상이다.일반 컨테이너(20피트 기준)이용료는 2백90달러이지만 냉장 컨테이너는 5백달러나 된다.

경남도내 신선농산물 수출량은 1994년 1백47만달러였으나 1999년 2천2백67만달러로 늘었다가 2000년 3천9백23만 달러로 크게 늘고 있다.

◇대책=경남도는 물량이 적은 농산물을 내수용으로 돌리고 물량이 많은 품목만 수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농가별로 마음대로 수출하는 것을 요일별로 품목을 정해 검역 건수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까다로운 검역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서 잔류농약 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농산물 검사는 부산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에서만 돈을 받고 실시했으나 도는 검사 의뢰물량이 늘어 날 것으로 보고 검사창구를 늘렸다.

경남도 이종성(李鍾成)농수산물 유통과장은 "수출이 힘든 품목은 내수용으로 돌리도록 지원하고 정부가 나서 원만히 해결 줄 것을 건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daed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