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스스로 경찰에 출석하더니 … 조사 시작하자 묵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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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이정희(43)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관악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4·11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서울 관악을 야권 단일후보 경선 여론조사 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당초 경찰이 출석하라고 한 13일보다 이틀 빠른 11일 오후 2시쯤 변호사를 대동하고 경찰서에 나왔다. 이 전 대표 측은 “13일부터는 일정이 빡빡해 시간을 낼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전 대표에게 선거캠프 관계자들이 당시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데 관여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묵비권을 행사해 조사는 시작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10분쯤 끝났다.

 이 전 대표는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에게 “저는 이 일과 관련해 어떤 법률적 책임도 없지만 이미 정치·도의적 책임을 졌다”며 “나를 얽어매려 해도 헛수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8일 통합진보당 대외협력위원장 이모씨, 이 전 대표의 보좌관 조모씨 등 선거 관계자 3명을 야권 단일후보 경선 과정 중 ARS 여론조사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구속했다. 이들은 당시 당원 등 247명에게 “연령대를 바꿔 응답해 이 전 대표에게 투표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의 지시에 따라 여론조사 과정에서 성별과 나이를 속여 부정응답하거나 관악을 지역구 거주자가 아닌데도 여론조사에 응답한 진보당 당원 김모(35)씨 등 41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이 같은 조작 과정을 이 전 대표가 알고 있었는지 수사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 전 대표를 재소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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