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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낙균 실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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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출부진의 원인은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해외수요 위축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일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 대만.싱가포르 등은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컴퓨터 등 정보통신(IT)제품의 수출이 격감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 경제가 1분기에 예상보다 높은 2%의 성장률(잠정치)을 보였으며, 소비지출도 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이후 V자 경기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펜티엄급 컴퓨터 가격인하에 따른 해외수요 증가와 중국에 대한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관련제품 수출증가 등이 기대되고 있어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의 수출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로선 해외 수요 변화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최근의 수출부진을 신시장 개척과 국내 제도 선진화, 산업구조의 고도화 등을 통한 체질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선 우리나라 총수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개도국의 틈새시장에 대한 진출전략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올해 중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예상되는 중국에 대해서는 시장개방과 규제완화에 따른 구체적인 수혜품목이 무엇인지 사전에 파악해 봐야 한다.

지난해 오일머니 유입액이 1천6백60억달러에 달하는 중동은 90년대 이후 '탈(脫)석유산업화 전략' 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중동의 전력.통신.IT 및 플랜트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중남미에도 선박.자동차.IT.석유화학설비 등의 수출촉진이 필요하다.

최근 세계 각국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양자투자협정(BIT)을 통해 새로운 수출.투자시장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해 요르단과 FTA를 체결한데 이어 올해에는 칠레.싱가포르와 FTA를 맺었다. 미국은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의 출범에도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칠레와의 FTA, 미국과의 BIT도 새로운 시장개척 및 국내제도의 선진화라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 봐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통상마찰이 자주 일어나는 철강.석유화학.전기.전자.섬유.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주요 해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기존의 수출상품 이외에 새로운 스타품목을 개발해 21세기 우리 경제의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의가 많았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인 것을 비롯해 10대 수출품목의 비중이 56%에 달해 이들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친 것이 사실이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이들 제품은 해외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격변동이 심한 특성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생산구조를 다품종 소량 생산체제로 유연화시키고, 수출품목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벤처와 중소기업에 대한 무역신용보증의 확대와 수출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

대외경제정책硏 최낙균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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