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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온라인 게임시장 '한국세상'

중앙일보

입력

지난 24일 대만 타이베이(臺北) 시의 한 PC방. 두 벽면이 한국 온라인게임인 리니지(天堂) 와 드래곤라자(龍族) 의 캐릭터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곳에서 만난 천쓰위이(23) 는 자신이 리니지 팬이라며 "한국 온라인게임은 서버 운용기술이 뛰어나고 그래픽이 좋은 일본 게임에 비해 줄거리가 좋다" 고 평가했다.

PC방을 운영하는 장지안롱 점장은 "손님의 70% 정도가 한국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그 중에서 리니지가 가장 인기가 높다" 고 말했다. 그 비결로 리니지의 ''혈맹'' 이라는 커뮤니티가 중국인의 기질과 잘 맞는다는 점을 들었다. 게이머들이 우정을 나누고 협동해야 하는 ''혈맹'' 을 통해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는 것.

리니지뿐 아니라 레드문(紅月) .판타지포유(英雄) .천년(天年) 등 국내 온라인게임이 대만을 휩쓸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대만의 인기 온라인게임 톱 10 중 6~7개는 한국산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시장점유율은 더욱 높아 80~90%에 이른다. 리니지는 이미 75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했고, 매달 5만명씩 새로 가입하고 있다. 다른 게임들도 30만~40만명이 가입한 상태.

리니지를 수입한 감마니아의 알버트 류 사장은 "지난해 6월 리니지 서비스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대만에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5만명 정도였고 PC방도 8백개에 불과했지만, 10개월이 지난 지금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80만명, PC방은 3천개로 늘어났을 만큼 성장속도가 빠르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만에 새로 진출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넥슨은 대만 아펙스소프트와 계약을 하고 ''어둠의 전설'' 을 6월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다. 국민게임으로 불리는 ''포트리스'' 도 7월부터 대만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24일 대만의 게임유통사 에이서TWP와 제휴한 GV의 윤기수 사장은 "계약금 40만달러와 매출액의 30%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며 "내년 상반기까지 50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 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에선 개인에겐 무료인 포트리스가 이곳에선 월 이용료로 3백 대만달러(약 1만2천원) 를 받는다.

이미 드래곤라자를 수입한 적이 있는 에이서TWP의 랄프 류 사장은 "대만의 게임시즌인 여름방학에 맞춰 17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포트리스 홍보전을 펼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잘 나가는 이면에 우리 업체들이 경계해야 할 대목도 있다. 한국을 찾은 대만 업체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우리 게임에 개성이 없다는 것이다. 세인트허밋의 씨 티 유앤 사장은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 때 가보니 모두 스타크래프트 스타일만 만들더니 요즘엔 리니지에 몰두하고 있더라" 고 꼬집었다.

대만 게임업체들이 최근들어 제대로 된 온라인게임을 속속 내놓겠다고 발표하는 것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청년일보의 한원타이 기자는 "한국 게임이 처음 들어오던 2년 전만 해도 대만의 온라인게임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기술차이가 거의 없다" 고 자신했다.

심지어 씨 사장은 "대만의 소프트스타와 소프트월드가 중국 역사를 배경으로 만든 온라인게임들을 하반기부터 출시한다" 며 "한국 게임의 시장점유율이 내년엔 절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고 경고했다.

이렇게 보면 경쟁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대만이 중국 본토를 비롯한 중화권 공략의 교두보인 만큼 대만에서의 ''전략적 활동'' 이 긴요한 시점이다.

GV의 윤사장은 "경험과 기술력에선 우리가 앞서지만 시나리오와 마케팅력은 현지 업체가 더 강하기 때문에 역할분담식으로 협력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지적했다.

타이베이〓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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