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V자형' 회복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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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미국 경제가 1분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이에 따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엷어지고 V자형의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한국 경제에도 힘을 보태는 반가운 소식이다.불과 하루 전 “올해 미국 경제는 1.5%의 성장에 머물고 한국 경제도 성장률이 3.5%로 곤두박질칠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무색해졌다.

◇배경〓미국 소비지출이 1분기에 3.1%나 증가한 것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자동차·가전·가구 등 내구재 소비는 11.9%나 늘었다.그동안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연말에 성탄절 특수가 실종되는 등 소비 급감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주택건설 호황도 지원사격을 했다.수입이 급감하면서 무역적자가 줄어들었다.

금리 인하와 감세에 따른 심리적 효과도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올들어 네차례에 걸쳐 금리를 2%포인트 내렸다.부시 행정부가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도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작용을 했다.경기침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통화당국의 의지가 시장에 먹혀든 것이다.

그러나 1분기 물가도 크게 올라 인플레 우려도 커지고 있다.미국 물가는 지난해 4분기보다 1.2%포인트 상승한 3.2%를 기록했다.이는 다음달 FRB가 금리를 추가로 내리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미 물가 상승은 전기·에너지 비용 등이 올라 초래된 것인 만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을 찾으면 인플레 우려도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우리 정부는 당초 미국 경제성장률이 1분기에 1%가 안되고 연간으로는 1.5∼2%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고 올해 경제운용 계획을 짰다.정부는 올해 미 경제성장률이 1.5%에 못 미칠 경우 우리 경제성장률도 3%대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분기 미 경제성장률 2%는 미국 경제가 회복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우리 경제도 하반기부터 회복해 정부가 예상한 올해 경제성장률 5∼6%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준일 선임연구위원은 “1분기 미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1%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 만큼 국내 경제성장률도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그는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KDI가 경제전망을 했을 때 전제조건으로 했던 것보다 1%포인트 높은 점을 감안하면 국내경제 성장률은 연간 0.1%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 우리 경제의 회복도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다.

송상훈·주정완 기자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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