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따 돈 벌고, 금 따려 돈 날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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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금메달이라고 해도 똑같은 건 아니다. 금메달 하나로 신분 상승을 하기도 하고, 금메달을 따느라 가산을 탕진하기도 한다.

 런던 올림픽 최고의 인생역전 주인공은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양학선(20·한국체대)이다. 그가 남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딴 8일(현지시간) 전과 후의 ‘경제적 지위’는 완전히 달라졌다.

 양학선은 “부모님께 집을 사 드리고 싶어서 꼭 금메달을 따려 했다”고 말했다. 그의 부모는 전북 고창의 비닐하우스에서 산다. 한 건설 회사는 양학선에게 광주광역시의 아파트 한 채를 선물하기로 약속했다. 그뿐만 아니라 양학선은 대한체조협회(1억원), 신한금융그룹(9000만원), 대한체육회(6000만원)로부터 포상금을 받게 됐다. 일시로 수령하는 2억5000만원 외에 금메달 연금 100만원도 매달 받는다. 그가 라면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한 라면 회사는 그에게 평생 동안 라면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팬들은 “지겹게 먹은 라면을 주지말고 양학선을 라면 광고 모델로 써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신궁 커플’ 오진혁(31·현대제철)-기보배(24·광주광역시청)의 금메달 가치도 대단히 높다. 양궁 남녀 개인전에서 우승한 이들은 런던 올림픽에서 연인 사이임을 밝혔다. 대한체육회 포상금 6000만원은 기본이고, 후원기업인 현대자동차가 포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매월 연금도 따로 받게 되는 이들은 아주 ‘실속 있는’ 커플이 됐다. 규모는 각자 다르지만 다른 종목 금메달리스트들도 억대의 포상금을 받는다.

 반면 미국 선수들은 금메달을 따기 전에 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받았다. 흑인 최초로 여자 기계체조에서 금메달을 딴 가브리엘 더글러스(17)의 어머니는 올해 초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자산 16만 달러(약 1억8000만원) 중 절반이 빚이다. 법원은 더글러스 어머니의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미국의 새로운 수영스타 라이언 록티(28)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록티의 부모가 담보대출을 갚지 못해서 집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미국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미국올림픽위원회(USOC)로부터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를 받는다. 연금은 없다. 금메달을 따도 개인 스폰서 기업을 구하지 못한다면 빚 갚기도 어렵다.

런던=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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