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금품로비 의혹 … 목포 조선업체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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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검찰이 전남 소재 선박업체 K조선이 기상청에 관측선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심재돈)는 7일 이 회사 목포 사무실과 진도 조선소, 대표와 친인척이 운영하는 관련 업체 등 3~4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같은 날 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기상청 본청 해양기상과 사무실과 로비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기상청 전직 간부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기상청 직원을 불러 참고인 조사도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을 분석해 자금 흐름과 횡령 규모를 확정지은 뒤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K조선은 2009년 기상청과 133억원짜리 계약을 맺고 국내 최초 해양기상관측선인 ‘기상1호’를 납품한 회사다. 검찰은 이 회사가 납품 시기를 놓쳐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되자 당시 기상청 고위 간부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회사 경영진이 선박을 납품하고 받은 돈 중 일부를 빼돌려 로비자금으로 쓴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은 연매출 2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중소업체가 대규모 수주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첫 취항한 ‘기상 1호’는 길이 64m의 498t급 선박이다. 집중호우·폭설·황사 등 각종 기상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첨단 기상 장비들이 탑재돼 있다. 여객선, 어업지도선 등을 만들어 온 K조선이 지금까지 납품한 선박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졌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 회사 경영진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기상청은 8일 자료를 내 “조달청에서 계약이행능력심사를 통해 업체를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납품 지체에 따른 보상금도 법에 따라 적법하게 부과했다”며 로비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납품사 선정 과정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제품 구매 촉진 및 판로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t수 1000t 미만인 기상관측선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을 통해 업체를 뽑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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