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다시 선군 강조 … 두 달 반 만에 부대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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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의 김정은(28) 국방위 제1위원장이 군부대 방문을 두 달 반 만에 재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김정은이 제552부대 산하 구분대(區分隊·대대급 이하 부대)를 현지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은 여군들이 준비한 예술소조 공연을 본 뒤 “군인들의 사상 정신상태가 아주 좋다. 그들의 머릿속에 티끌만 한 잡사상도 들어갈 틈이 없다”며 “그래서 선군(先軍)문화가 좋은 것”이라고 만족을 표시한 것으로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전승절(휴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참전 노병을 평양 행사장에 불러 만났으나 군부대를 찾진 않았다. 전승절 기념공연도 군예술단이 아니라 인민보안부(경찰) 산하 병력인 내무군협주단에 맡겼다.

 그러다 5월 하순 이후 두 달 반 만의 군부대 방문에서 김정은이 선군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데 대해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이영호 총참모장 전격 숙청 직후엔 김정은이 군부 힘빼기 차원에서 군부대 방문 횟수를 줄이고 군부의 돈줄을 노동당과 내각으로 돌리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따라서 이번 방문은 그 같은 노선의 수정보다는 군심(軍心) 달래기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은 20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6일 “힘에는 힘으로 대응하는 것이 우리 공화국 불변의 입장”이라며 한·미 군사연습을 비난했다. 김정은의 부대 방문은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군비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하는 성격도 지닌다.

 군부대 방문엔 부인 이설주(23)가 처음 동행했다. 이설주는 지난달 6일 평양 모란봉악단 시범공연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 27일 전승절 음악회까지 일곱 차례 김정은의 공개활동에 동행했는데, 군부대에 함께 간 것은 처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7일 김정은 부부가 군부대에서 예술공연을 보는 사진을 전송했다.

 또 김정은의 평남 운곡지구종합목장 방문 사진도 공개했는데 이설주가 농장원들과 함께한 장면이 포함됐다. 정부 당국자는 “군부대와 협동농장 방문 사진을 공개한 건 이설주가 퍼스트레이디로서 단순 행사뿐 아니라 김정은의 군부대와 농장·산업시설 현지지도에도 함께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이 김정은의 생모 고영희(2004년 사망)가 생전에 김정일의 군부대 방문에 동행한 미공개 동영상을 외부에 내놓은 점도 김정은 부부의 행보를 염두에 정지작업이란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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