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웅, 금메달 양학선에 “축하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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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장웅 북한 IOC위원(왼쪽)이 양학선 선수를 축하하고 있다. [MBC TV 화면 캡처]

6일(현지시간) 영국 노스 그리니치 아레나에서 한국 체조 첫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선수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준 사람은 북한의 장웅(74)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었다. 북한의 유일한 IOC위원이다.

장 위원은 이날 메달을 수여하면서 세심하고 따뜻하게 선수들을 배려했다. 양 선수에겐 금메달의 앞뒤를 수차례 확인하고, 목걸이 부분을 손으로 잘 매만진 후 메달을 걸어줬다. 은·동메달을 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선수에게 영어로 "Congratulations”라고 한 장 위원은 양 선수와 눈을 맞춘 뒤 우리말로 “축하합니다. 잘했습니다.”라고 인사했다. 장 위원은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동안 부동의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다.

 평양에서 태어난 장 위원은 190cm의 장신으로 농구 선수 출신이다. 북한 대표팀에서 10년간 활동했다. 1996년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을 앞두고 IOC 총회에서 위원으로 선출됐다. 위원 자격은 80세까지 유지된다. 그의 막내아들 장정혁(35) 역시 북한 축구 대표팀 골키퍼로 활약했다. 북한의 대표적 스포츠 귀족인 셈이다.<중앙SUNDAY 5일자 4면 참조>

 장 위원은 IOC위원들 사이에 농담도 즐기고 친화력도 좋은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영어는 물론 IOC의 공식언어인 불어도 능숙하게 구사한다. IOC 관련 국제행사에서 기자와 여러차례 마주칠 때마다 그는 늘 동료 위원들과 반갑게 포옹하고 유럽식으로 양볼에 키스를 하는 활발한 모습이었다. 명함엔 오스트리아 빈의 주소가 적혀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관련해선, 능수능란하면서도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강원도 평창이 2018년 겨울 올림픽 유치전을 펼칠 당시, 낮에 우리 관계자들을 만난 장 위원은 “IOC위원으로서 나는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밤에 술잔을 기울이면서는 평창 유치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흘리곤 했다. 막상 그가 한 표를 준 곳은 평창의 맞수 독일 뮌헨이었다는 게 복수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밝은 얼굴로 올림픽 현장을 오가는 그가 지난달 26일엔 크게 화를 냈다. 런던 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다. 장 위원은 북한 여자축구 경기에 인공기 대신 태극기가 게양된 데 대해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고 한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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