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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무더운 여름, 고혈압 환자는 두렵다.

중앙일보

입력

한일병원 내분비내과 신동훈 교수

7월에 이어 8월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고 열대야도 지속되어 전국이 무덥다. 올 여름 평년보다 3℃ 정도 더 높아지는 기온 탓에 각종 전염병, 식중독 등 무더위로 인한 여름철 보건 위생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여름은 보건 위생과 관련된 질병에만 유의해야 하는 계절은 아니다. 언제나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고혈압 환자에게도 여름은 반갑지 않다.

여름철에는 입맛이 떨어져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된 식사를 거르는 경우가 많고 땀을 많이 흘려 운동량도 줄어들게 된다. 날씨가 무더우면 혈관이 늘어나 혈압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은 있다. 하지만 극심한 더위와 습한 환경은 혈압이 높은 환자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해 일시적으로 급격한 혈압상승을 일으킬 수 있다. 과도한 땀 흘림에 의한 탈수 현상으로도 쇼크가 일어나기 쉬우므로 환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과다한 염분의 섭취, 운동 부족, 흡연, 스트레스, 잦은 음주와 비만 등도 고혈압의 주요 원인이 된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 노인의 고혈압 유병률이 54.8%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그만큼 고혈압은 흔하게 나타나는 질병이지만 굉장히 위험하고 다양한 합병증을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킨다. 뇌출혈,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및 망막증에 이르는 고혈압 합병증은 혈관 질환이 인체 전체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고혈압과 당뇨가 함께 나타난 경우 철저한 혈압관리를 병행해 관리해야 한다. 2004년 일반 인구에서 고혈압 유병률은 약 30%이지만 모든 당뇨병 환자에서의 고혈압 유병률은 65%에 이른다고 발표되었을 정도로 고혈압과 당뇨는 합병증의 진행에 있어 서로 밀접한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고혈압과 당뇨가 함께 발생한 환자의 경우 혈압 관리에 소홀하면 이어 당뇨의 만성 합병증인 당뇨병성 신증이 발생하기 쉽다. 심한 경우 투석 치료까지 요구되므로 당뇨병에 있어 혈압 조절은 반드시 관리되어야 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고혈압과 당뇨를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수축기 혈압 130mmHg, 확장기 혈압 80mmHg 이하로 관리해야 하고, 특히 소변에 단백질이 검출되는 경우 최고 혈압 125mmHg, 최저 혈압 75mmHg 이하로 목표 혈압을 더 낮춰 더 이상의 합병증 진행을 막아야 한다.

고혈압 치료제 중 ARB 계열의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억제제의 경우 고혈압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미세알부민뇨를 감소시키고 신장 합병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도 함께 가지고 있다. 미국 국립 신장협회 합의그룹(National Kidney Foundation Consensus Group)에서도 ARB 계열의 고혈압 치료제의 사용을 제2형 당뇨병환자 또는 신장질환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고혈압은 턱에 달린 혹을 떼내는 것처럼 한 순간에 치료가 가능한 병이 아니다. 천천히 자신의 몸을 다스리고 건강하게 가꿔가면서 장기간에 걸쳐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자신의 혈압 상태에 주의를 기울이며 저염식 위주의 식단,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천천히 적정 수준의 혈압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 현장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항상 빠르고 쉬운 고혈압 치료의 길을 묻는다. 규칙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동시에 즐거운 마음으로 건강한 인생을 사는 것, 그것이 고혈압 관리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자 정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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