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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회장 방북, 금강산 사업 해법될까]

중앙일보

입력

24일로 예정된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의 방북이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선 금강산 관광사업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98년 11월 사업 시작 이후 누적적자로 인해 현대아산은 이미자본금(4천500억원) 잠식에 들어간 상태며 금강산 관광객 운송과 모객(募客)을 맡은 현대상선도 `사업에서 빼줄 것'을 그룹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아산은 금강산 사업 대북지불금으로 2월분 200만달러만 보낸채 3월분은 한푼도 못 보낸 상태이며 4월분 송금도 불투명하다.

또 대북지불금을 1천200만달러에서 사실상 600만달러로 낮춰 준 북측도 4월분 마저 못받게 될 경우 모종의 결심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정 회장의 이번 방북은 표면적으로는 부친인 정주영 전 명예회장 장례식때 조문단을 파견해준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기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자금난과 관광객 감소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금강산 사업의 회생을 위한 물밑협상이 주된 목적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는 금강산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업초기에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2-3년후에 관광객 수가 50만명에 이르면 적자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관광객 수는 99년에 15만명, 2000년에 20만명 수준이었으며 올들어 급격히 감소, 1-3월에 6천-1만명 선에 그쳤으며 4월에도 1만명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현대는 금강산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는 카지노 및 면세점 사업 허용을 요구하는 한편 북측에는 금강산 사업대가로 내는 대북지불금을 약정액인 1천200만달러의 절반으로 낮춰달라고 요청해왔다.

이에따라 북측도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대북지불금을 600만달러로 낮춘다는데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제는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이 자금난으로 인해 이마저도 감당하기 힘들다는데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와관련, "외부지원이 없을 경우 현재로선 금강산 사업 지속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 회장은 이번 방북에서 북 고위층에 관광객 수에 따라 대북지불금을내는 방안과 관광 활성화를 위한 육로관광 허용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동원 통일부 장관도 최근 야당 총재를 예방한 자리에서 "금강산관광 대가로 무조건 얼마를 주기보다 관광객 1인당 얼마를 주는 식으로 북측과 협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현대측에 전했다"고 밝혀 이같은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임 장관은 또 "수익성 없이 계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육로 관광이 현실화되면 관광비용이 줄어들고, 관련 업체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기업 부담이 줄어들것"이라고 언급, 금강산 사업을 활성화시키기위한 정부측 복안이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북측은 남북경협의 상징인 금강산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우리 정부가 나서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관계자는 "금강산 사업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는 우리 정부나 북측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양측 모두 상대방이 먼저 해법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는것 같다"며 "정 회장의 이번 방북은 이를 조율, 해법을 도출하는 마지막 기회가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달 12-27일 금강산 관광선 항차(航次)를 절반으로 줄인 현대상선은 일단 정상운항을 전제로 5월 관광객을 모집하고 있으나 예약이 계속 저조할 경우 운항횟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올초 쾌속관광선인 설봉호가 투입되면서 관광선이 공급과잉상태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모객 현황을 봐가며 금강호를 중심으로 탄력적으로 운항계획을 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차 축소가 지속될 경우 유람선을 무작정 항구에 묶어둘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 보전 차원에서 유람선 중 1-2척을 제3자에게 재용선하는 방안도 실무적 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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