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역사스페셜' 문무왕 수중릉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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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함산 뒤쪽에서 발원한 대종천이 동해로 흘러드는 감포 앞바다. 이곳 해안에 서면 바다 쪽으로 200여m 떨어진 곳에 아담한 바위섬을 볼 수 있다.

이곳이 바로 흔히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으로 알려진 대왕암이다. 사서의 기록에따르면 문무왕의 장례는 화장으로 이뤄졌으며, 대왕암은 그 유골을 뿌렸던 곳일 뿐.이라고 한다. 하지만 후세인들은 대왕암에 문무왕의 유골이 묻혀있다며 신비감을 부여해왔다.

따라서 대왕암은 통일신라시대는 물론이고 현재까지도 신성한 곳으로 여겨져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감포 앞바다에서 대왕암을 향해 소망하는 바를 기원하곤 해왔다.

KBS〈역사스페셜〉제작진은 오는 28일 오후 8시에 방송될 '대왕암의 비밀'을 통해 이 대왕암의 실체를 밝힌다.

제작진이 먼저 초점을 맞췄던 것은 과연 대왕암이 문무왕의 수중릉으로 만들어진 것인가의 여부. 지하투과레이더를 통해 대왕암 주변을 탐색해본 결과 유골이나 부장품 같은 것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대왕암이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이라는 흔적은 여러군데에서 발견됐다. 바위 한 가운데에 움푹 팬 십자형 못에 괴어 있는 물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동서로 통하는 수로를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 여기에다가 중심에 거대한 바위가 정남향으로 놓여진 것은 지질학적으로 분석했을때 자연현상에 의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학자들의 분석이다.

1796년 발견돼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문무왕릉비에는 '나무를 쌓아 장사지내다(葬以積薪), 뼈를 부숴 바다에 버리다(硏骨鯨津)'라는 대목이 있다.

결국 이 대왕암은 릉의 형식을 갖춘 무덤으로 조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문무왕의 시신이 매장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문무왕은 대왕암 주변의 바다에 자신의 유골을 뿌리도록 했을까?이는 삼국통일을 이루었음에도 귀족들의 발호와 외세의 압력 등으로 완전한 안정을찾지 못한 통일신라를 죽은 뒤에도 지키고자 했던 염원 때문으로 보인다. 문무왕은바다에 터를 잡은 호국대룡(護國大龍)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기표PD는 "당시 왕의 신분으로 화장을 했다는 것은 굉장한 발상의 전환"이라며 "나라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간직한 문무왕의 행적은 오늘날의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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