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보통신 매각협상, 왜 결렬됐나

중앙일보

입력

쌍용양회와 미 칼라일 측과의 협상이 17일 최종결렬됨에 따라 쌍용정보통신 매각협상이 다시 원점에 서게 됐다.

이날 지분매각 협상 결렬로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쌍용양회의 자구노력에 다소차질이 빚어지게 됐지만 회생여부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매각협상, 왜 결렬됐나 = 쌍용양회와 칼라일 간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것은 매각방식을 놓고 양측이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기본계약에는 칼라일 측이 지분인수 방식으로 매입하기로 했으나 협상과정에서 칼라일 측이 자산인수 방식을 주장,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주당 일정가격에 지분을 넘겨버리는 지분인수 방식과 달리 자산인수 방식은 쌍용양회가 정보통신을 합병한뒤 이를 다시 칼라일 측에 매각하는 형태를 취하게 돼시간이나 기회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훨씬 더한 것이 사실이다.

또 자산인수 방식을 택할 경우 물리적으로 걸리는 최소 6개월의 시간적 비용 외에 쌍용양회가 매각예정이던 지분 71.1%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 주주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 매수청구가 들어올 경우 이를 인수하기 어렵다는 난점도 있다.

칼라일 측의 이러한 요구가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겠냐는 시각도 있지만 한국기업을 인수한 후 추가부실로 어려움을 겪었던 다른 외국기업의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칼라일 측의 의도도 포함된 것으로 보여 한국기업 인수에 대한리스크도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쌍용양회 회생에 별 영향 없어 = 비록 정보통신 지분매각 협상이 결렬되긴 했지만 쌍용양회의 회생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달들어 이미 조흥은행[00010]과 산업은행, 태평양시멘트의 전환사채(CB)를 인수로 1조1천억원의 자금이 들어왔고 이달중 한아름종금과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도각각 3천억원씩의 자금이 추가로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쌍용양회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자금은 정보통신 매각대금이 아니라채권단과 태평양시멘트로부터 들어올 자금이었기 때문에 채권단이 쌍용양회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상 협상차질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우증권[06800] 강종림 연구위원은 "채권단 등의 자금유입으로 쌍용양회는 올해 총부채가 지난해말 4조2천697억원에서 2조5천억원대로 줄고 이에따른 이자비용도지난해 5천880억원에서 2천500억원으로 반 가량 줄어들 전망"이라면서 "올해도 대략1천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되긴 하지만 이전처럼 급속한 유동성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쌍용양회가 지난해말 결산에서 외부감사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았듯 추가부실이 발생할 경우 회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경고한뒤 "당초 채권단의 지원은 정보통신 지분매각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데 다급해진 채권단이 먼저 지원책을 빼들고 나온 형국이어서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