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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달리스트 장미란 이런 부탁을? "날씬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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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어게인 1948’.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 선수단이 입은 의상의 주제다. 디자인을 맡은 제일모직 빈폴 디자인팀의 아이디어를 대한체육회가 받아들였다. 빈폴 마케팅팀 이혜원 과장은 “해방 후 처음 출전한 올림픽과 올해 올림픽이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것에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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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따라 디자인에도 이런 컨셉트가 적용됐다. 48년 올림픽에 참가한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에게 지급됐던 ‘올림픽 참가장’을 응용한 것이다. ‘올림픽 참가장’은 국가가 선수 전원에게 수여한 상장의 일종으로 옷에 달도록 돼 있었다. 견장 형태의 이 참가장이 ‘어게인 1948’에서는 빈폴 로고가 달린 장식으로 변했다. 단복 재킷 오른쪽 상단에 다는 견장은 가로 4㎝, 세로 5㎝ 크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규정한 국가대표 후원사 로고 사이즈 최대치다. 의상 등에 다는 견장은 이 사이즈를 넘지 못하게 돼 있다. 정복 이외에 운동복 등을 맡은 스포츠 브랜드 휠라도 국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디자인을 채용했다. 태극 문양과 단청을 소재로 삼았다.

1948년 런던올림픽 우리나라 대표팀 단복.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팀 의상은 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개최국이었던 만큼 이전과 달리 유니폼 디자인에 신경 썼기 때문이다. 당시 유니폼 정복은 상의 파란색, 하의 흰색으로 세련미를 과시했다.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는 공식 운동복의 화려한 문양이 도드라졌다. 스페인의 강렬한 태양에 어울리도록 디자인된 것이었다.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커다란 태극선 무늬가 운동복을 휘감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는 모자가 달린 ‘후드티’가 처음으로 대표팀 유니폼에 등장하기도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는 프랑스 브랜드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우리나라 대표팀 의상은 진화를 거듭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땐 기능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선보였고,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일단 호평을 얻었다. 지난 13일, 미국 주간지 타임은 한국 대표팀 단복을 ‘올림픽 유니폼 베스트’에 꼽았다.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뉴질랜드·자메이카와 함께였다. 베스트 세븐에 든 셈이다. 타임은 “재킷이 딱 떨어지는 게 가장 세련되고 멋진 옷”이라고 평가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국가대표팀 단복.

타임의 눈은 예리했다. 제작 과정을 보면 그렇다. 이혜원 과장은 “대표단에 지급된 단복은 총 369벌인데 모두 직접 치수를 재서 만든 ‘맞춤복’”이라고 밝혔다. 박태환 선수 등 해외 전지훈련 중이던 몇몇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을 모두 찾아가 몸에 딱 맞도록 재단했다. 역도 장미란, 유도 김나영 등 체구가 큰 편인 여자선수들은 치수를 재는 디자인팀에 특별한 ‘주문’을 했다고 한다. “최대한 날씬하게 보이도록 의상 실루엣을 잘 잡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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