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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자정능력 없는 진보당, 외과수술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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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진보당을 탈당하겠다는 당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진보당이 지난 26일 의원총회에서 종북(從北) 옛 당권파 의원 두 명을 제명하지 못한 데 따른 비난이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진보당의 혁신에 대한 기대는 3개월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나아가 2004년 총선 이후 제도권 정치에 진입했던 진보정치 자체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제기되고 있다.

 진보당이 옛 당권파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제명시키지 못한 것은 중도파로 여겨졌던 김제남 의원이 종북 NL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김제남 의원의 한 표는 진보당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여전히 민족해방(NL)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운동권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집단의 속내가 결정적인 순간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비례대표 경선과정의 부정, 이에 대한 진상조사를 둘러싼 파문, 징계를 위해 열린 중앙위에서의 폭력사태, 국가 정체성을 부인하는 종북 발언 등등으로 국민적 비난에 직면한 진보당은 혁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NL이 다수를 차지하는 진보당의 본모습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제명이 부결된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부결을 “진실의 승리, 진보의 승리”라고 규정한 이석기 의원의 발상이 오늘의 진보당이다.

 이번에 드러난 진보당의 실상은 여러 면에서 더 이상 제도권 정당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다. 첫째, 명백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둘째, 자정(自淨)과 혁신(革新) 능력마저 없다. 셋째,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폭력으로 짓밟았다. 넷째,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진보당에서 진보의 모습을 찾을 길이 없다. 앞으로도 계속 갈등과 분열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진보정치 전체의 몰락이 시작됐다.

 내부 자정능력이 마비된 진보당이기에 이제 외부의 개입이 불가피해졌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당초 약속대로 두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시작해야 한다. 진보당 문제를 방치했다가 정당정치 전체가 불신받을 지경에 이르러선 안 된다.